김 희봉(수필가, 환경엔지니어)
저는 「어린 왕자」입니다. 작가 생떽쥐베리에 의해 잘 알려진 소혹성 B-612번에서 온 그 소년이지요. 제가 지구의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내볼수록 푸른 눈동자 빛나는 지구가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지구가 정말 아름다운 건 생명(生命)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시다시피,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만 천억 개가 넘는 별들이 있지요. 허나 아직 생명체가 사는 혹성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태양계의 행성들도 모두 죽음의 땅입니다.
태양이 존재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셨나요? 수소와 헬륨가스가 1,500만 도나 되는 고온 속에 수소핵융합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뿜어내는 별입니다. 스스로는 너무 뜨거워 생명을 만들 수 없지요. 헌데 그 태양 에너지의 20억 분의 1만이 지구에 도달합니다.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가장 적당한 양이라지요. 이렇게 보면 태양도 지구를 보존키 위한 들러리에 불과한 듯 합니다.
저는 아직 어리지만 여러 행성을 돌아본 경험에 비추어 우주의 질서를 믿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우주운행의 법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혹자들은 말합니다. 우주는 그저 무질서하게 변화하는 것뿐이라고.. 태양도 50억 년만 지나면 적색거성이 된 후 하늘에서 사라진다고.. 우주의 별도 수소가 헬륨으로, 또 헬륨이 탄소와 철 등 무거운 원소로 바뀌면서 우주는 계속 변화해 갈 뿐이라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더 큰 진실은 우주 전체 에너지의 총량(總量)이 변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주의 별들이 수없이 스러지고 은하와 원자의 수가 변해도 총 에너지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입니다. 좁은 눈으로 보면 우주가 다 변해도, 큰 눈으로 보면 하나도 변치 않습니다.
게다가 이 우주엔 전혀 변치 않는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빛의 속도나, 만유인력상수, 그리고 전자의 전하 등입니다. 빛 입자의 에너지 크기를 결정하는 플랑크 상수도 불변입니다. 조물주가 우주 생성 초기부터 정해놓은 기본 법칙이지요. 이 물리적 상수들은 우주 탄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치도 변치 않은 조물주의 우주운행의 룰입니다. 조물주가 거시적으로 우주를 운행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제가 우주의 섭리를 믿는 둘째 이유는 다분히 제 개인적인 관찰입니다. 그것은 지구의 위치 때문입니다. 수천 억 별들 중에 오직 하나 유일하게 생명을 살리는 지구. 태양까지도 들러리를 서는 선택받은 지구가 보잘것없는 우주 변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고 미천한 한 귀퉁이에 버려지듯 놓여있을까요? 제 생각으론 인간들을 겸손케 하려는 조물주의 뜻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겸손해야 서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구에 사는 어른들은 한결같이 사랑을 잃은 듯 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나 지구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이익만 탐해 전쟁과 반목이 끊이질 않습니다. 왜 어린아이들처럼 밤하늘의 별들을 함께 바라보지 못할까요?
지난 주, 지구의 국제 천문연맹(IAU)은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공전 궤도에서 충분히 크고 둥근 형태가 못된다는 이유였지요. 처음 발견했을 때 가장 어둡고 추운 곳에 있다고 지옥의 신, 플루토의 이름을 붙여 흘대를 한지 66년만의 일입니다.
아직도 지구사람들은 자기들만이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지요. 그러면서 서로 죽이고 미워하며 살아갑니다. 지구를 택해 생명을 주신 조물주의 뜻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 지구의 종말은 불 보듯 합니다. 훗날, 잘난 지구가 핵전쟁과 공해로 사라진다 해도, 비록 못났지만 평화로운 명왕성은 여전히 하늘에서 빛나겠지요. 우주의 법칙은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니라 조물주가 정하심을 지구 사람들은 왜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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