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영주권 받은 유상민 목사, 이상기 목사와 북한·중국 선교여행
“언제 식사 한번 해요”만큼 안 지켜지는 약속이 또 있을까. 결국 거짓말로 끝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보면 4일 북한-중국으로 10박11일 선교여행을 떠난 유상민(늘사랑한인교회), 이상기(평강교회) 목사는 특이하다. 20년 전 유 목사가 “영주권 나오면 유럽여행을 시켜드리겠다”고 이 목사에게 한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 목사도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고 까마득하게 잊고 지낸 약속인데 유 목사님께서 실천에 옮기셔서 그저 놀랍다”고 말할 정도다.
두 목사의 인연은 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 막 온 유 목사가 신생 동원교회의 담임을 맡아 대한예수교장로회 아메리카 노회에 가입했을 때다. 연배가 비슷해 두 목사는 가까워졌다.
교회 주선으로 영주권 수속을 위한 서류 작업을 마치고 유 목사가 91년 주한미대사관에 인터뷰를 하러 나간 게 화근이었다. 가족은 미국에 남겨두고 혼자 한국서 인터뷰한 게 규정 위반이라 영주권 신청이 기각됐다. 그 이전에도 임대 아파트에서 교회를 개척하다 보니 페인트를 칠하며 힘겹게 살았지만, 영주권 기각 이후 삶은 더 고달팠다.
“그래도 그게 다 하나님의 뜻이었던 것 같다”고 유 목사는 말한다. “순조롭게 영주권을 받았다면 세상 유혹에 쉽게 빠졌을 것이라 하나님이 더디게 영주권을 주셨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유 목사는 서른이 넘어 목회자가 됐다. 음주가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술을 마실 정도로 ‘세상 재미’에 빠졌었다. 중장비를 운전하다 손가락이 잘려 걸린 파상풍을 치료받기 위해 한국에 귀국한 게 목사가 된 계기다. 부인 유미화씨 손에 끌려 간 기도원에서도 술에 취해있던 유 목사 귀에 “개도 이 기도원에서는 은혜 받고 내려간다”는 말이 들렸다. “개만도 못한 인간인가라는 생각에 방탕한 생활을 회개하고 주님을 영접했다”고 유 목사는 말한다.
목회도 그랬다. 20년간 개척교회만 5개를 담임했다. 좀 크는 듯하면 유 목사가 세상에 눈을 돌렸다. 10년 전에는 폐까지 들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신분이 불확실한 유 목사는 병원을 전전하다 재소자 전문인 랭카스터 병원까지 가야했다.
이때 이상기 목사가 세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와 기도로 회복을 빌어주었다. 그런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유 목사는 20년 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원래대로 유럽은 가지 못 했다. 약속의 참뜻을 되새겨 선교를 위해 북한-중국으로 행선지는 바꿨다. 이 목사는 “제가 이웃을 위해 큰사랑을 베풀지도 못했는데, 유 목사님이 구속력도 없는 20년 전 약속을 지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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