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연 <수필가>
새벽 일 끝자락에 바라다 본 시계, 6 시 15 분, 「아니, 벌써 이렇게 됐네!」, 남편과 아이에게 Wake up call 하며 집으로 가서 서둘러 준비하여 학교 보내고 다시 출근.
속이 허전하고 힘이 없어서 본 시간은 저녁 7 시, 「아니, 벌써 이렇게 됐나?」, 해가 긴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시간적 감각으로는 전혀 느끼지 못 하고, 생체 리듬에 의존 하여 느껴지는 시간.
벌써 주말?, 아니 벌써 여름?,
백 투 스쿨 사핑을 한다기에 벌써 여름이 끝나는 구나를 느끼며, 또 하는 말 「어휴, 어느 새 이렇게 됐네!」 매일 매일 시간을 쫓아가다 보니, 은연중에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 되어 버린 「어휴, 벌써 이렇게 됐네!」
모두들 긴 여름 방학을 아이들과 어떻게 보내느냐고, 지겹다고, 인상 쓰며 학원 스케줄을 짤 때도 나는 시간을 그냥 쫓아가느라 헉헉거리다, 새 학년을 맞아 큰 아이 내려 보낼 때는 그 좋아하는 삼계탕을 한 번 해 먹이지 못해 미안하고, 다른 학군보다 일찍 방학 하여, 8 월 초순 개학 된 작은 아이에게는 그래도 아직 집에 있으니까 하며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하루가 짧고, 한 주는 더 짧고, 한 달이 마치 하루 같고, 절기는 왜 이리 자주 바뀌는지, 해가 거듭 될수록 더욱 알지를 못하겠다.
이제 9 월이면, 주말까지도 움직여야 하니 더 바빠질 것 같아, 요일별 스케줄을 정리해 보는데 아주 신선한 딸아이의 제안.
「아빠, 이번 토요일 어디로 일가요?」「몬트레이」「그럼, 같이 가자!」「좋지, 식구가 같이 가면」「근데, 같이 가서 엄마와 나는 몬트레이 수족관에 내려줘」 이해심 많은 남편 덕에 딸과의 신나는 데이트는 시작 되었다. 수족관 문 닫는 시간이 오후 6 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10 분, 입장권 사는데 십여분 소요하고, 이쪽으로 갈까? 아니, 여기부터.
신비한 바다 속에 빠져, 새로 들여 온 백상어도 만나고, 멸치 떼 고등어 떼,먹기만 했던 해파리의 성장사, 일본 식당에서나 들었던 다양한 이름의 생선 실체 확인, 애교 떠는 수달, 니모를 찾는 아이들 속에 섞여 펑펑 사진도 찍고, 망원경을 통한 먼 바다도 본다. 폐장 시간을 알리는 안내 방송도 아랑곳 않고, 선물 가게까지 천천히 돌며 진열 되어 있는 해적의 두건을 써 보며 사진 한 장 박고, 커다란 고래 인형 위에서 한장 더 박고, 마지막 퇴장객이 되어 나와서도 길가의 가게들을 흩어 본다.
존 스타인백에 대한 설명문에서 통조림 공장까지 자세히 읽어가며, 그의 다른 작품, 에덴의 동쪽과 분노의 포도에 대해 관습적으로 알고 있는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들먹이며 설명하는 엄마와, 아주 현실적으로 지금의 상황에 맞춰 얘기하는 딸은 서로 이해하지 못 하지만, 제임스 딘이 나왔던 장면으로 촛점을 모으며 대화를 이어 가며, 이쪽 저쪽으로 볼 만한 것을 찿아 걸음을 잰다.
어둠이 내린 저녁 8 시 반, 마리나시로 나와 영업시간 30 분 남겨 두고 들어간 중국집에서 먹은 자장면과 짬뽕의 어우러진 맛. 벌써 이렇게 됐네!, 어느새 이렇게 됐지? 하며 가는 시간 쫓아가느라 늘 아쉬움에 짧기만 했던 날들.
오늘 데이트를 하며 처음으로 나를 따라 다닌 시간을 본다. 비록 네 시간이었을지라도, 이렇게 꽉 찬 시간을 직접 움직이며, 자유롭게 활용하기도 처음이고, 은연중에 사용하던 말의 의미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안 것도 처음이다 올 여름 짧았던 날들을 모아, 두고두고 기억될 이 데이트만큼 더 긴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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