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가곡 ‘남촌’이 가을음악회 대미를 장식한다. 남쪽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이 사무친 노래다. ‘남촌’을 경청하노라니 그 가사 위에 ‘물 건너 서쪽에는 누가 살길래…’가 덧칠해진다.
고국을 떠나 몸은 미국에 서있지만 마음은 늘 서쪽으로 눕는다. 고향 떠난 자를 닮은 낙엽 탓인지 가을이면 살던 곳과 지난 시절의 그리움이 더욱 짙어진다. 잘 살아보자고 떠난 고향. 그 고향을 떠올리자면 언제나 가슴은 빈털터리가 된다.
가을 물든 음악의 선율은 빈 가슴의 향수를 다독여 먼 추억 속에 잠기게 했다.
해마다 워싱턴주 음악협회가 마련해준 가을음악회가 올해로 27회라 한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새 연세가 지긋해진 음악인이 있는가 하면 12회 때 갓난아기였을 아이가 바이얼린 독주를 열연했다. 그리고 열창하던 모습만 무대 위 투명한 그림자로 남겨둔 채 얼마 전 고인이 되신 분도 있다.
그 긴 세월 음악인들의 봉사와 수고에 이 곳 한인들은 좀더 풍요로운 이국의 가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주머니를 털어 이웃을 위해 나누려는 사람이 많은 곳은 분명 살만한 곳이다. 워싱턴주 음악협회와 같은 단체나 개인이 미주 한인사회 이곳 저곳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끝으로 관객과 출연진이 일체 되어 부른 ‘고향의 봄’. 고국에서는 맹물 같던 노래가 목뿐만 아니라 전신을 메이게 했다. 떨어져야 그리운 줄 안다. 그래서 몇 해가 지나도 갈 수 없는 2만2천리 먼 고향은 늘 그리움으로 다가오나 보다.
가득 산수가 아름다워 눈이 즐거운 시애틀에서 귀마저 즐거웠던 시간. 올해도 가을음악회는 향수에 목마른 나를 물 건너 서쪽으로 데려갔다 왔다. 그리고 28회 가을음악회를 다시 기다리게 한다.
고경호/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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