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박사’ 이성철씨
“40여년 구두수선 하다 보니 굽만 봐도 성격 알수 있어요”
“구두와 함께 한 43년 인생, 이젠 굽만 봐도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답니다.”
한인타운에서 구두박사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 1가와 웨스턴 한국마켓 옆에 둥지를 튼 ‘구두박사’의 이성철(64·사진) 사장. 상호와 마찬가지로 그가 구두박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서울 명동에서 30년간 양화점 ‘키티’를 운영한 뒤 13년 전 LA로 이민 온 이 사장은 “이민 초기만 해도 이미 LA에 많은 구두수선 전문점이 있어 사업성은 불투명했지만 구두와 함께 했던 정 때문에 다시 수선 망치를 들었다”고 말했다.
강산이 네 번 이상 변한 세월만큼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고객들을 만났고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적잖다.
“한국에서 알던 단골을 LA에서 다시 고객으로 만났을 땐 저도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출장을 오고, 타주에 사는 한인이 LA를 방문할 때 구두를 가져와 수선을 맡길 땐 천직으로 택한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오랜 기간 수만 켤레의 구두를 접하다 보니 구두를 통해 고객의 성격까지 파악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뒤 굽의 가장 끝자락이 빨리 닳는 사람은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삶에 여유를 갖고 사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양쪽 신발의 안 굽이 쉬 닳는 경우는 이동이 많고 행동이 빠른 만큼 성격도 다소 조급해 수리를 맡겨둔 뒤 약속 시일 전부터 재촉하는 일이 많다는 것.
구두 이외에도 핸드백, 가방 등 가죽제품이라면 못 고치는 것이 없다는 이 사장은 “장성한 자식들이 은퇴를 권유하지만 나를 찾아준 고마운 분들의 발을 편안하게 해주자는 사명감 때문에 일을 놓을 수가 없다”고 설명 한다.
그는 명함에 굳이 10년을 줄여 ‘30년 경력’이라고 써놓은 이유 역시 “한국에서는 생계를 위해 구두를 수선했지만 미국에서는 한인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기 때문에 경력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남은 인생도 구두를 통해 사랑을 전달하면서 살고 픈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323)856-8008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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