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uching Tiger & Hidden Dragon
불과 3년 전 119패(43승)를 당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플레이오프에서 5연승을 달리며 2006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 그 저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사실 타이거스가 ‘신데렐라’로 떠오른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무도회’는 첫 112경기 전적이 76승36패로 화려했던 정규시즌이었다. 그 후 19승31패로 부진, 지금은 디비전 우승을 놓치며 벗겨진 ‘유리구두’를 되찾는 챕터인 셈이다.
“감독이 좋아서” 타이거스가 떴다는 의견이 가장 흔하다. 짐 릴랜드 감독이 명장임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릴랜드 감독은 구단 사장 겸 제너럴 매니저(GM) 데이브 돔브라우스키가 데려다 사령탑에 앉혔다. 라인업 전체를 ‘지뢰밭’으로 만들어 놓은 것과 강속구를 마구 뿌리는 어린 투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 특급 캐처 이반 로드리게스부터 데려다 놓은 것도 바로 돔브라우스키였다.
어진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주는 명장, 젊은 강속구 투수들, 베테랑 캐처… 돔브라우스키는 플로리다 말린스에서도 비슷한 레서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만든 적이 있다.
올해의 타이거스는 수퍼스타 1∼2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 아니다. 경기마다 ‘히어로’가 다른 전형적인 ‘팀’이다. 지난 10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는 9번 타자 브랜든 인지가 상대 에이스를 때려 눕혔다. 2차전에서는 난데없이 알렉시스 고메스가 나타나 투런홈런을 포함, 4타점을 뿜었다. 숀 케이시가 다쳐 3번 타자 자리에 투입된 플라시도 폴랑코도 3안타에 1볼넷을 기여했다. 8번 타자 크렉 먼로도 싱글, 더블에 희생플라이로 한몫 단단히 했다.
불펜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조엘 주마야가 손목통증으로 못 나가자 다른 구원투수 4명이 나서 마지막 3⅔이닝을 1점으로 틀어막고 철문을 내렸다.
릴랜드 감독이 이날 마커스 테임스 대신 고메스를 지명대타로 쓴 작전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것도 재미있는 스토리다. 고메스는 메이저리그 바닥을 훔치고 있는 캔사스시티 로열스가 2년 전에 버린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연습 때는 훨훨 날며 기대를 부풀리지만 오후에 경기에만 나가면 죽을 쑤는 유명한 ‘모닝 글로리’가 마침내 큰 무대서 한 방 날린 것. 동료 케이시가 “켄 그리프 주니어, 애덤 던 등 유명한 홈런타자들과 한 팀에 있었지만 배팅 연습에서 더 잘 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연습 때는 폭발적인 방망이를 돔부라우스키가 주워온 뒤 릴랜드 감독이 다스려 쓴 셈이다.
릴랜드 감독의 용병술은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두들겨 맞았던 왼손 선발투수 네이트 로버트슨을 A’s와의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선발로 다시 내세워 성공한데서 볼 수 있다. 선수를 믿고 밀어주며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릴랜드 감독은 불펜 운영도 뛰어나다. 시속 101마일짜리 강속구를 밥먹듯이 던지는 ‘무기’가 있으면 항상 꺼내들고 싶은 유혹이 대단할 텐데 올해 주마야를 이틀 연속 쓴 적이 7번밖에 안 된다.
<이규태 기자>
짐 릴랜드 감독.
데이브 돔브라우스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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