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없이 추석이 지나갔다. 내 가슴속으로 한가닥 차가운 가을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달을 보며 어떤 꼬투리라도 잡아 기쁨과 감사를 퍼올리려고 애써 보았지만 ‘송편 없음’이 나를 슬프게 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송편 없이 추석을 지낸 것이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던 기숙사에서도 우리는 송편 앞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추석을 지냈다. 미국에 와서도 기어코 솔잎 위에 송편을 쪄서 먹었는데 올해는 한 톨의 송편도 없이 추석을 보낸 것이다.
추석 전날 아들 내외가 근처 도시에 갔다 왔다. 한국 마켓에 들러 당연히 송편을 사올 줄 알았는데 빈손이었다. 섭섭했다. 어떻게 라도 내가 빚어야 하는 건데 일 끝내고 없는 재료 찾아내 송편을 빚기엔 내가 지쳐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들내외가 LA로 물건을 하러 갔다. 4시간 거리이다. 아들내외가 돌아온건 새벽 1시였다. 먹을 걸 사오지 못했다는 아들의 말이다. 송편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은 것만 다행스러워 방으로 돌아왔다. 물건을 하고 나니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저 아들이 짠했다.
다음 날 출근을 하면서 나는 결심을 했다. 내년엔 어머니와 형제들이 있는 고국에 다녀와야겠다고. 송편 냄새 물씬 풍기는 고국의 추석을 마음껏 가슴으로 느껴보고 싶다.
김태영/머디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