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 별장에 가기로 하고 집 근처 수퍼마켓에 들러 과일과 야채들을 사고 계산까지 잘 마친 다음 주유소에 들렀다. 개스를 넣으려고 지갑을 찾으니 지갑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가슴은 쿵덕쿵덕 머리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으로 급히 수퍼마켓 카운터에 달려가서, 내 지갑을 보지 못하였느냐고 물으니 직원은 고객서비스 쪽으로 가서 여기 저기 찾아보더니 없다고 전화번호를 남겨놓으라고 한다.
미국은 신의의 나라이고 정직한 나라라고 늘 들었기에 반드시 지갑을 것 같은 기대가 마음 한구석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돈은 빼고라도 중요한 증명서 등을 돌려주었으면 하는 기대로 매일 우편함을 체크하였으나 소식이 없다.
일주일 지난 어느 날 다시 그 수퍼마켓에 들렀다. 다시 한번 물어나 보자고 별 기대 없이 직원에게 지갑 잃어버린 일을 이야기하고 혹시 지갑이 보관되어 있지 않은가 물었더니, 그 직원은 무슨 색깔인가를 묻는 것이다. 검은 색이라고 대답을 하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더니 검은색 지갑을 들고 나오면서 이것이냐고 묻는다. 받아서 안을 확인하였다. 그 안에는 나의 사진이 보이는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 그리고 현금까지 모두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뒤늦게 미국에 이주하여 2년 여 동안 아직은 이곳 생활이 불편하고, 한국이 그립고, 이곳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어렵게 적응하느라 애를 써 왔다. 그런데 지갑을 고스란히 되찾은 그 일로 인해서 미국의 정직과 시민의식을 체험한 것이다. 이제부터 하나둘씩 미국의 좋은 점이 나의 눈을 뜨게 하고 미국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권죽순/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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