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겸 기자
대한민국 해군 순항훈련함대가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5일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이들 해병들이 떠나기 전날인 14일 샌프란시스코 헙스트 극장에서 교민환영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북가주 교민들이 멀고도 험난한 바닷길을 헤치고 샌프란시스코에 입항한 장병들의 노고를 덜어주고 또다시 먼 여정을 떠나는 이들에게 새로운 힘을 북돋아 주자는 자리였다.
그러한 자리에 ‘주객이 전도’됐다. .
교민환영 행사에 교민은 20여명에 불과하고 해병은 200여명에 달했다.
누구를 위해 베푼 잔치인지 할 수가 없는 어색한 자리가 돼 버렸다.
환영식은 분명한데 환영해 줄 사람들이 없으니 무슨 제대로 된 환영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이것은 마침 주인이 집을 비우고 손님을 초대한 어정쩡한 꼴과 같다.
해병들은 참석 교민들을 위해 성악부터 군악대의 연주, 사물놀이에 태권도, 격파시범까지 몇몇이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공연을 보여줬다.
이들의 공연을 지켜보는 내내 기자는 창피함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환영행사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인회 김홍익 회장과 이사들, 민주평화통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협의회 정에스라 회장, 이정순 전 상항 한인회 회장, 코테마데라 양진석 시장 등 극히 일부인사만 참석했다.
북가주에 존재하는 그 많던 한인 단체들은 어디로 간 건지.
‘정말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특정 지역이나 단체에 국한 된 행사도 아니고 교민차원에서 내 아들, 딸 같은 해병들이 무사히 조국에 귀환하라는 정성을 모은 잔치인데, 함께 사라지기로 작정을 한 건지, 북가주 인사들의 얼굴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단체간의 감정의 골이나 개인간의 반목 때문에 안나와도 되는 자린지, 아니면 우리 지역 행사가 아니라서 관심도 없고, 관심을 가질 이유가 안 생기는 건지 의구심이 생긴다.
이같은 개인 이기주의의 팽배가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들이 행사할 때는 범 동포적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다른 단체나 지역에서 행사가 벌어지면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뒷짐지고 앉아서 ‘그래 나 없이 잘돼나 봐라 식’이니 어떤 행사가 잘 되겠는가.
김홍익 한인회 회장은 행사가 끝나갈 즈음에 분통을 터트리며 “그 잘난 유지, 지도자들은 어디서 뭐하는지, 동포사회를 이끌어 간다고 공공연히 말하던 잘난 사람들이 진작 필요할 때 어디에 있는 지. 모두 반성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언컨대, 현재와 같은 이기주의와 지역주의적 외면이 계속되는 한 성숙한 동포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묻고싶다. 이들 650여명의 장병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났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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