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질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가 ‘이중 저주’에 시달렸음이 20년이 지나 밝혀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20일(한국시간) 인터넷판에서 당시 보스턴이 ‘밤비노의 저주’에다 ‘시카고 컵스의 저주’까지 겹친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결정적 ‘알까기’ 실책을 저지른 1루수 빌 버크너가 글러브 안에 시카고 컵스 타격 장갑을 끼고 있었던 것이 사진 판독 결과 밝혀졌다. 버크너가 실책을 범한 뒤 그라운드에서 걸어나오는 사진에서 그는 글러브를 벗은 오른손에 타격 장갑을 끼고 있었다. 사진을 확대하자 놀랍게도 시카고 컵스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보스턴은 당시 뉴욕 메츠와 월드시리즈에서 3승2패로 6차전에서 연장 10회말 5-3으로 앞선 채 챔피언 등극에 아웃 1개만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메츠에 안타 3개를 맞고 폭투까지 겹쳐 동점을 허용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악의 실수는 곧 이어 벌어졌다. 1루수 빌 버크너가 무키 윌슨이 친 힘없이 구르는 땅볼을 잡기 위해 허리를 굽혔지만 가랑이 사이로 공을 놓쳐 역전당하고 말았다. 보스턴은 결국 7차전에서 메츠에게 무너지며 우승에 실패했다.
보스턴은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시킨 뒤 우승하지 못해 ‘밤비노의 저주’가 내린 팀이라 불렸다. 버크너는 자신의 실수로 68년만에 우승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시카고 컵스도 ‘염소의 저주’로 유명한 팀이다.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한 관중이 염소를 데리고 경기를 관람하다 염소 냄새를 이유로 쫓겨나면서 ‘다시는 시카고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고 저주를 내린 일이 있다.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를 상대하기도 벅찼는데 버크너가 컵스 장갑을 끼면서 ‘염소의 저주’까지 옮겨붙은 셈이다.
버크너가 왜 컵스 장갑을 끼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버크너는 나는 장갑을 끼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버크너는 컵스에서 1984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보스턴은 2004년 86년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숙원을 풀었다. 보스턴팬들은 우리는 빌리 버크너를 용서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고 버크너는 내가 뭘 잘못했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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