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나각수 후보에 ‘기권 간주’를 선언했다. 표현은 완곡하지만 후보자를 경기장 밖으로 강제로 퇴출시키는 레드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선관위는 이번 조치가 나 후보가 새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라고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30일 기호추첨식에서 벌어진 선관위의 결정과 그 과정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먼저 선관위의 월권이 지나쳤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서약서는 입후보 등록시 제출하는 서류이지 기호추첨식에서 후보측에 강제할 의무사항은 아니다. 회칙 어느 조항에도 기호 추첨시 서약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은 없다.
나 후보의 등록 서약서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나 이는 서류 검토를 게을리 한 선관위가 책임질 일이다.
둘째, 기호 추첨식의 진행이 미숙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서약서’는 폭발력 강한 인화성 사안이다. 선관위가 새 서약서 서명 건을 먼저 처리하려 함에 따라 정작 선거 일정상 중요한 기호추첨은 뒷전으로 밀렸다. 일의 선후가 바뀌고 분위기가 과열되다 보니 자연히 후보측간에 고성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선관위가 이성적으로 대처할 상황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었다.
셋째, 유권해석이 너무 성급했다. 선거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사안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위원들간 충분한 협의와 후보측간의 양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나 후보측과 조율이 실패로 끝난 지 불과 1시간 만에 ‘기권 간주’를 발표했다.
선관위의 과실 못지않게 나각수 후보측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관위가 제시한 새 서약서에 재서명하지 않을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새 서약서의 내용도 뜯어보면 나 후보가 주장하는 ‘공정한 선거’를 위한 조항이었다.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완강히 거부함에 따라 문제를 증폭시켰다는 비판의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이번 선거는 15만 워싱턴 한인사회의 대표자를 뽑는 중요한 의식이다. 그러나 선거 파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인사회의 민심은 싸늘해졌다. 안 그래도 한인회를 바라보는 눈길이 마뜩찮은데 이번 사태로 아예 고개를 돌릴 조짐이다. 이럴 바에는 아예 한인회를 없애자는 극단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 사회는 민주적 선거란 불가피한 과정을 통해 정치사회적으로 진화한다. 워싱턴 한인사회도 선거란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걸러내고 에너지를 축적하며 미국사회 내에서 그 존재를 업그레이드시켜왔다.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이번 사태가 선거 무산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관위는 뜻하지 않은 실수를 인정하고 중지를 모아 재 유권해석을 내려야 한다. 나 후보측은 법적 대응 이전에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한인사회의 눈길은 선관위가 결심할 내용에 쏠려 있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