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어 에너지가 루이지애나 남서부에 건설 중인 액화 천연개스 터미널. 연간 선박 400척에 선적될 양을 생산할 계획이다.
액화 천연개스 터미널 공사에서 건설 인부들이 대형 개스관을 용접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사빈 해협에는 앨리게이터와 송어가 산다. 옆에는 화학공장과 정유공장도 있다. 오염지역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 곳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다. ‘천연개스 혁명’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혁명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회사 체니어 에너지(Cheniere Energy: CE)다. CE는 엑손 모빌, 셈프라 에너지 등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천연개스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CE가 계획하고 있는 천연개스 혁명의 골자는 오는 2011년까지 액화 천연개스 수입물량 저장고를 현재의 2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멕시코만 사빈 해협 미 최대 터미널 건설 중
2011년까지 수입물량 저장고 2배로 늘려
연간 대형선박 400척 분량 거뜬히 저장
세계 각국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유사시에 대비해 천연개스를 사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육지에 붙은 천연개스 터미널을 건설하기는 24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에는 육지에 붙은 천연개스 터미널이 4개 있지만 2개는 오랫동안 개점휴업 상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연개스가 풍부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터미널은 카타르나 트리니대드에서 수입해 온 액화 천연개스를 저장한다. 항공모함 크기의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5년 전만 해도 최소 6억달러가 드는 터미널 공사가 가능할 것으로 여긴 사람은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연방정부가 허가를 해 줄지도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화 천연개스 터미널을 지어야 한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는 기업가가 있었다. 레바논 이민자인 샤리프 수키(53)가 그다. 수키는 파리에서 부동산업으로, 하와이에서 호텔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망해가는 개스개발회사 CE를 인수해 회장이 됐다. 9.11 테러사건이 났을 때도 사람들은 액화천연개스 터미널이 테러의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모두들 손사래를 친 것이다. 어리석은 짓이라며 수키를 비꼬기까지 했다.
그러나 수키는 달랐다. 가능성을 보았다. 천연개스 값이 떨어지고 CE 주가가 내려가고 있지만 수키는 길게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천연개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북미지역의 천연개스 생산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수입물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 그 때면 터미널이 효자 노릇을 할 것이란 생각이다.
파리서 부동산업, 하와이서 호텔업으로 큰돈
작은 개스개발사 인수, 주위 반대 속 건설 착수
2000년 초 주가 1달러 미만, 지금은 26달러 선
수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에너지 관련 산업이 밀집해 있는 멕시코만 일대를 뒤졌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장 쓸 만한 지역으로 꼽았다. 그리고 사람이 살지 않으면서 정유회사와 화학공장들이 인접한 땅을 매입했다. 이들 공장들이 천연개스를 쓸 고객이란 계산을 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투자자가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수키는 CE 직원봉급 줄 돈이 없어 회사 사장에게서 3만달러를 빌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수키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돈이 마련됐다. 천연개스 장기구입자도 구했다.
CE는 텍사스 프리포트에 짓고 있는 터미널을 공동소유하고 있고 루이지애나 사빈 해협에 건설 중인 터미널에는 독자소유권을 갖고 있다. 완공되면 6개의 대형탱크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연간 화물선 400척이 싣고 오는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사빈 터미널이 완공되면 최대용량을 자랑하게 된다.
사빈 터미널의 처리양은 하루 40억입방피트에 달한다.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천연개스의 5%가 넘는 양이다. CE는 아직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다. 그러나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00년 초 주당 1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주가가 지금 4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떨어지긴 했지만 26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수키는 멕시코 만에 터미널 두 개를 더 짓고 싶어 한다. 수키는 CE를 모태로 하여 다른 대기업들과의 공조 아래서 터미널 공사와 노후 터미널 개보수 작업에 총 90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수키는 “멕시코만은 미국 천연개스 소비량의 25%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미 중서부로 파이프로 연결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액화 천연개스는 미국의 천연개스 전체소비량의 3%를 차지한다. 주로 공장에서 사용하거나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쓰인다.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액화 천연개스 사용량은 2010년께 10%, 2020년께 2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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