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20명이 모였으니 그쪽 후보 측에서 빨리 와서 인사하고 밥값 계산도 하라.”
워싱턴한인연합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꾼들이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후보 측마다 전화를 걸어 인력동원을 빙자한 사례를 요구하고 있어 혼탁 및 금권선거를 부채질하고 있다.
양 후보측에 따르면 각 선대본부마다 하루에 걸려오는 선거꾼들의 전화만 10-20여통에 이른다.
대표적인 사례는 식당에 사람들을 모아놓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반대급부로 식대를 요구하는 것.
A 후보측의 한 참모는 “계모임이나 단체 모임을 해 20-30명을 불러 모을 테니 식대를 달라는 주문이 가장 많다”고 소개했다. B 후보측의 한 인사도 “어떤 사람은 술집에서 전화를 걸어 빨리 와서 술값 계산을 하라는 황당한 요구도 한다”고 어이없어했다.
심지어는 식대 수준을 넘어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전문 선거꾼들도 심심찮게 등장, 후보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각 후보 선대본부에 따르면 “내가 50-100명을 투표에 동원할 테니 식대 외에도 몇천달러를 달라”는 식의 제의가 끊이질 않는다.
이 같은 전문 선거꾼들의 행태는 동포사회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까지 전염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B 후보측의 한 인사는 “모 대학 한인 학생회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는 선거일에 버스를 보내주면 학생들을 동원해줄 테니 일인당 20달러씩을 달라고 요구해 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한인회장 선거 때면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투표일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려는 것.
이에 따라 각 선거 캠프에서는 브로커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금품 요구에는 일체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등의 내부 지침을 마련, 대응하고 있다.
김옥태 후보 선대본부의 김인억 조직위원장은 “선거꾼들은 후보측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하지 않겠느냐는 얄팍한 계산을 하는 것같다”며 “찜찜하긴 하지만 우리 캠프에서는 일체 상대를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나각수 후보측에서도 “선거꾼들의 요구를 완전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그러나 한번 응해주면 약점을 잡히기 때문에 들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각 캠프에서는 이들 선거꾼들이 혼탁 선거의 주범이라며 명단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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