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연합회장 선거가 얼마 전 끝났다. 각종 혼탁 사례가 떠돌고 있는 가운데 몇몇 노인 유권자들이 21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모 후보측으로부터 찍어주는 대가로 30달러어치 상품권을 받았습니다.”
모 후보측이 동원한 버스에 탑승, 투표한 후 현금 50달러를 받기로 했으나 상품권 30달러만 제공했다는 ‘분노의 고백’이다.
금품 살포가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병폐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한인회장 선거 때면 식권과 쌀표, 상품권은 단골 메뉴로 등장해왔다. 대부분 투표 참여율이 높은 노인 아파트나 단체에 뿌려진다. 대형 TV나, 컴퓨터등 선심성 물품 제공도 다반사다.
후보들이 동원한 버스에 타면 은밀하게 금품을 사례로 받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는 특정 후보만의 행태는 아니며 후보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부끄럽게도 이번 선거에서도 구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일부 유학생들이 ‘인원 동원’을 자청하며 모 후보측에 몇 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후보와는 상관없는 몇몇 교회 신도들도 단체로 동원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다보니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 수십만 달러를 날리기 일쑤다.
문제는 회장 선거에서 이 같은 탈법 사례들을 규제할 법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오직 선관위의 명확하고 엄정한 조치에 기대는 수밖에 없으나 이마저 중립성 시비가 그치지 않고 단속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공허할 뿐이다.
물론 후보들의 선거운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나 주지 않으면 당선이 힘든 풍토 속에서 후보들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
길은 하나다. 깨끗한 선거가 한국처럼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기 힘든 동포사회의 경우 유권자들이 살아있어야 한다. 동포사회가 입후보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으면 선거풍속도의 진화는 요원하다.
앞서 회견을 한 이들도 금품 제공 측을 비난했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받았다는 자성(自省)은 없었다.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한인사회의 미래는 없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