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원(아름다운재단 간사)
멋진 연주를 들을 때 음악 자체로부터 밀려오는 마음의 울림에 더하여 그 음악을 연주하기까지 음악가가 인내한 시간들에 감동을 받곤 한다. 아무리 천재적인 음악가라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할 때 더 우러러보게 되고 말이다. 변명이겠지만 어려서 몸도 튼실하지 못했거니와 마음도 조급했던 나로서는 한때 절대음감 비슷한 것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악기 하나 숙달하지 못했다. 매일 일정시간 연습하는 것은 물론이고 악보 그대로가 당장 연주되어 나오지 않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회에 앉아 있노라면, 호되게 맞아 가면서 훈련을 받고 있던 중인 어린아이가 전문인의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더니 “저 사람은 얼마나 많이 맞았던 것일까” 하며 눈물 짓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게 된다. 나름대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 세상의 모든 음악가를, 나는 존경한다. 그들은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목표에 끈기있게 정진하여 마침내 이루어낸 그 만족감을 알며 겪어 본 사람들이다.
대학 다닐 때 동양철학 수업을 듣던 당시 마침 곰돌이 푸우 이야기를 도에 접목시킨 책이 나왔었는데, 푸우의 동물친구들을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며 각자의 내적 본질을 흥미롭게 다루었다. 쾌활하고 열정적인 호랑이 티거는 ‘무쇠 같은 변덕에 솜뭉치 같은 내적 단련이 합쳐진 존재’로서, 일을 시작하는 데는 선수이지만 끝맺음은 시원치 못하다. 한가지 일을 시작하면 곧 다른 일이 더 멋져 보이고, 언제나 한없는 가능성이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충동적인 행위를 장려하고 보상해주는 현대사회에서 길러지기 쉽다는데, 무모하고, 조급하고, 산만한 이들은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한편 항상 우울하고 걱정거리를 안고 다니는 당나귀 이요르는 뭐든지 의심하고 불평하기로 유명하다. ‘그 일은 가능성이 없어, 그런데 뭐하러 애를 써?’ 비관으로 무장한 그의 내적 본질은 사실 두려움이다. 이들에겐 만남이 대결의 장이요, 희망과 기대를 두려움과 염려로 바꾸어 놓는가 하면 기회는 위험으로, 디딤돌을 걸림돌로 만들어 버린다. 당나귀들은 닥쳐온 문제를 요리할 줄 모르기에 자아를 넘어서는 그 무엇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려한다. 문젯거리가 없이는 “인간적인 성숙”도 “함께 이루는 성취”도 “인간성의 진보”도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번 음악회를 경청하면서 ‘각자 고유한 자기만의 음색을 가지고 있는 세상 어떤 사람들과도 어우러지는 화음을 낼 수 있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생이 독주의 연속이 아니라 더러는 까다로운 상대와 함께 어려운 합주를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위해 티거와 이요르가 삐걱거리게 만들었던 마음의 현을 조율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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