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칼럼
▶ 문무일/신뢰회복연합 조직위원장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속에는 일이 적고 배속에 밥이 적어야 강건한 삶을 살 수 있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을 지키고 살면 신선도 될 수 있다는 옛 사람들의
절제 정신이 21세기 시대정서와 맞아 떨어진다.
현대인은 ‘작은것’이 각광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Small is Beautful”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가 예찬한 작은 것에 대한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세상 사람들이 한결 같이 큰 것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거기에는 돈과 명예와 건강을 포함한 야심과 포부가 곁들여 인간의 욕망이 에스컬레이트 되고 있다. 한정되어 있는 삶을 망각한 채 천년을 살 것처럼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대형화로 치닫고 있다. 얽힐수록 사는 게 복잡한데도 짊어진 짐 위에다 새것을 더 포개고 싶어한다. 넘치는 야심과 부질없는 욕심이 인간의 본능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이처럼 인간들은 자신이 시간 위를 지나가는 과객(過客)이란 걸 새카맣게 잊고 큰 것만을 지향하며 산다.
작아지려는 사람은 없다. 큰사람만 보이고 작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커지는 건 쉬워도 작아지기는 어려운 게 세상사는 이치(理致)다. 작아진다는 것은 본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재출발을 시도하는 자기 혁신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용기 없이는 작아질 수 없다. 작아지려면 끊어내고 꺾어야할 게 많다. 던지고 버려야할 것도 있고 잊어야할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유연해야 한다. 부드러운 심성을 갖지 않고서는 삶의 군살을 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임종을 앞둔 노스승이 마지막 가르침을 주기위해 자신의 입을 벌려 제자에게 보였다. “내입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 “스승님의 혀가 보입니다” “내 이는 보이지 않느냐” “스승님의 치아는 이미 다 빠지고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가 다 빠지고 혀만 남아 있다 했느냐…그 이유를 알고 있는고?” “예,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빠져버리고 혀는 부드러운 덕분에 오래 도록 남아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 부드러운 것이 단단함을 이기는 거란다. 물처럼 유연하게 사는 것이 세상사는 지혜니라.”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물이다. 물이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이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이 될 것이다.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가 되고 차가운 곳에서는 얼음도 된다.
물은 결코 고집부리는 일이 없다 내 세우는 법도 없고 뜻에 따른다. 한없이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성이나면 불보다 무서운 게 물이다. 쇠와 돌멩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깨지지만 물은 제자리를 찾아 미끄러진다.
강한 것은 부러지지만 약한 것은 부러지는 일이 없다. 부드러워서 그렇다.
부드러워지지 않고서는 결코 작아질 수 없다.
문무일/신뢰회복연합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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