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감이 있나요? 오늘 일할 수 있어요. 저는 페인팅을 잘 합니다”
지난주에 비해 기온이 올라가긴 했어도 여전히 겨울 한기가 느껴지는 11일 낮 애난데일 메시야 장로교회 앞 주차장.
중절모를 눌러 쓴 김영조씨(64. 웃브릿지 거주)가 일상 생활에 필요한 말들을 익숙한 스패니쉬를 사용, 한국어, 영어로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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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급식을 위해 굿스푼 로고가 새겨진 미니 밴이 도착하자 인근 세이프웨이 앞 거리에서 일감을 구하기 위해 서성이던 라티노들이 길을 건너 삼삼오오 몰려든다.
몇몇 라티노들은 한인봉사자들을 향해 능숙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넨다.
김씨는 2년전 워싱턴지역으로 이주한 직후부터 굿스푼에서 자원봉사를 시작,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애난데일 급식 현장에서 주 3일 봉사하고 있다. 그는 당뇨병이 있어 아주 건강한 편이 아닌데도 조용히 말없이 뒤에서 봉사하는 ‘굿맨’으로 소문나 있다.
외국어대 서반아어과를 졸업한 그는 60년대 한국에서 KBS 아나운서 생활을 하다 상공부에 공무원으로 특채돼 72년부터 4년간 브라질 무역 사무소 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공직을 떠나 브라질에서 12년 거주하다 83년 미국으로 이주, 뉴저지와 콜로라도에서 생활했다. 이후 현직에서 은퇴하고 2004년 워싱턴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굿스푼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여름 한 라티노 노동자가 한인 고용주를 불에 태워 죽인 사건을 접한 후부터.
“작은 재능이라도 하나님을 위해, 한인과 히스패닉과의 화합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소망이었어요. 건강이 하락하는 한 봉사하고 싶습니다.”
오랜 남미 생활을 통해 라티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는 “대부분의 라티노들이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착하지만 무시당하면 화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적인 기질도 있다”면서 “모든 사람을 공평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성숙한 자세가 한인사회에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현장에서 만난 마리오 마파모로스(39)씨는 “미스터 김에게 많은 영어와 한국어를 배워 일거리를 찾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고국인 온두라스에서 택시를 사서 영업을 시작할 꿈을 안고 미국에 왔는데 7천달러가 마련돼 내년 2월에 돌아간다. 미스터 김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컷 부동산 애난데일 오피스에 근무중인 그는 부인 김중희씨와 맥클린한인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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