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원(아름다운 재단 간사)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거 해라, 좋다’ 고 듣고, 안 하면 숱하게 혼나고서도 왜 해야 되는지, 하면 뭐가 좋은지를 모르다가, 겪어보고 나서야 ‘아, 이래서 하라고 했구나’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그 중에는 하기 싫었던 것인데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계속 안 하다가 쓰린 꼴을 당하고 나니 이젠 말려도 스스로 악착같이 하게 되는 것도 있다.
아주 어렸을 때의 나는 밥 안 먹으려고 그렇게 도망을 다녔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기억들은 마치 잘려진 영화필름처럼 몇 장면만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밥 먹기 싫어서 숨고 혹은 집밖으로 뛰쳐나가려다가 대문 앞에서 붙잡혀서 먹던 건 확실히 생각난다. 아니 밥을 마다하다니, 밥이 최고인 지금으로선 이해가 가지 않지만, 곰곰 돌이켜 생각해보니 위가 약해서 소화가 잘 안 되니까 식욕도 없고, 먹는 게 낙이라기보다는 고역에 가까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한번 입에 넣으면 삼키기 전까지 백 번 정도는 씹었고, 물론 절대로 과식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체한 적은 거의 없었기에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내 위가 튼튼한 줄로만 알았었다. 하여간 그 때부터 잘 먹었으면 키도 더 컸겠고 체력도 훨씬 좋았으련만, 뭘 하고 싶어도 힘이 딸려서 포기하게 될 때마다 정말 후회가 막급이다.
먹는 것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이 키우기 힘든 아동이 다음으로 넘어야 할 산은 양치질이었다. 하기 싫어 꾀를 부리다가 “너 그러다간 이 다 썩는다” 는 호령을 듣고서도 “쳇, 그럼 틀니하면 되지 뭐” 이런 황당한 반항을 했던 까닭에, 해마다 치과에 가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정신차리고 나서는 어딜 가든지 늘 치약칫솔을 데리고 다녔지만, 이미 늦은 건 늦은 것. 언제쯤 되면 의학이 발달해서 사람도 영구치가 두 세 번 정도 날 수 있게 될까, 어떤 할아버지가 매일마다 불개미로 만두를 빚어 먹었더니 이가 한번 더 나서 기네스북에 올랐다던데 나도 한번 해볼까 궁리만 할 뿐이다.
운동이 좋은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은 것도 사실 얼마 전 일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최소한의 운동은 하게 된다. 그런데 일단 대학교에 들어가면 자기가 듣고 싶은 과목만 들으면 되니까 필수 교양이 아니고서야 운동과목은 안 듣는 학생도 많다. 일 이년은 방탕하게 지내도 살 수 있는데 3학년쯤 되면, 특히 앉아서 고시에 몰입하는 법대생들은 하나 둘씩 나타나는 불편한 증세에 서로서로 돌팔이 처방을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일명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 되기 마련. 그제서야 울며 겨자 먹기로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어 걷고 뛰고 몸을 비틀며 때늦은 구제를 시도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몸에 좋은 것을 적절히 먹는 것과 깨끗이 씻는 것, 그리고 운동이 얼마나 좋은지 정도는 알게 되었다. 나 자신에 해당되는 것, 특히 눈에 보이고 쉽게 느껴지는 육신에 대한 것은 그나마 조금씩 알아가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영혼에 대한 것이나 다른 사람들이 결부되는 관계성에 대한 것까지는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임을 겨우 깨닫는다. 자기가 행한 대로 엄격하게 받는 게 인생법칙 중 하나란 걸 직접 겪기도 하고 목격도 하면서, 이렇듯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당하기 전에 미리 좋은 걸 깨닫고 행하는 지혜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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