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시인)
요즈음 샤핑센터는 제철을 맞은 것처럼 활기를 띠는 계절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판매를 올리려고 진정한 의미의 명절보다는 상업적인 의미로 확대되어지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화폐가 돌고 돌아 경제가 활성화되어 경기가 원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샤핑을 간다는 것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다. 경제적인 것도 있지만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하고 우선 꼭 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볼 수 없는 환경 가운데 자란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만큼은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의 성탄에 대한 기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다른 아이들은 선물을 다 받는데 나는 왜 받지 못할까. 나는 정말 착하지 못한 아이라서 받지 못하는 것일까. 마치 성탄선물이 학교의 성적표를 받는 학생처럼 긴장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의 아이들에게 나의 아픈 경험을 전이시키고 싶지 않아서 정말 성의껏 준비했다.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평소에 알아두었다가 샤핑을 하고 아이들이 잠든 다음 포장을 했다. 미리 해두면 좋겠지만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볼 수 없는 곳에 숨겨두는 일은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아이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었다. 오늘 저녁만은 산타를 만나 봐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굴뚝으로 어떻게 들어 오시는지 벽난로 안을 들여다 보며 갸우뚱거렸다. 그렇게 오시면 옷이 더러워질 텐데 걱정스러워 했다. 밤이 늦도록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나는 너희들이 자지 않으면 산타가 우리 집에 오지 않으실 것이라고 타일렀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들이 걸어둔 선물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산타를 직접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부터 선물을 포장하느라 거의 아침이 동터올 때야 잠이 들어 비몽사몽 하는데 아이들이 깨웠다. 포장지가 우리 집에 있던 포장지고 글씨가 엄마 글씨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산타가 무척 바쁘셔서 포장지 살 시간이 없어서 선물만 주고 가셨다고 했었다. 그리고 산타의 옷은 특별한 것이어서 절대로 더러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서 타 지역으로 공부하러 갔다가 겨울 방학을 맞아 집으로 와주는 것이 반대로 내가 받는 선물이 되었다. 정리 정돈이 되어있던 집안이 다시 어수선해진다. 마치 살아 있는 괴물이 지나 갔던 자국처럼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다. 어디를 가보아도 자기 집에 제일 편하다는 아이들에게 정리하라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하고 만다. 그리고 엄마가 만든 홈메이드 음식이 그리웠다는 아이들의 말에 새벽부터 일어나서 음식을 하기에 바쁘다.
앞으로 몇 일 후의 성탄 일에는 그 아이들이 어릴 때 찍어 두었던 비디오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가질 것이다. 자기들이 주인공이 된 인생드라마를 보며 웃음소리가 주제가처럼 흐를 것이다.
이제는 포장지나 산타의 옷 염려는 다음 세대로 넘겨주고 지금은 좀더 식탁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생각으로 분주하다. 비타민 웃음과 비타민 사랑을 흠뻑 가미해서 멋진 식탁을 꾸며보자. 한창 먹는 아이들에게 체중조절이라는 스트레스는 신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다. 그리고 외모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아는 일이다. 지금은 그저 맛있게 잘 먹이고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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