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프로 선수가 됐을 때도 아무도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수퍼보울에서 우승한 것은 나와 어머니의 승리다.”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수퍼보울 챔피언에 오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MVP 트로피를 차지한 하인스 워드. 그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선수라는 사실이 전부터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수퍼보울 이후 그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미국 최고의 경기에서 배출된 최고의 선수. 당연히 언론은 그의 사진과 기사를 1면 탑으로 다루며 대서특필했다.
하인스 워드, 그는 누구인가? 또 그를 키워낸 어머니 김영희씨는 누구인가? 사실 한인들은 그가 한국인의 혈통을 가졌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보면 미국인으로 볼 수도 있는 소위 ‘혼혈인’인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약간 혼란을 겪었다.
그는 한국에서 자랐다면 관심과 존경보다는 멸시와 냉대를 받기 쉬웠을 피부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 처음에 왔을 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는 워드의 고백은 모든 이민자들이 경험하는 감정을 나타내는 평범한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그와 어머니 김씨의 경우에는 피맺힌 절규처럼 느껴진다. 그 아픔은 누구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모진 세월을 모자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고 아들은 세계 최고 스포츠 스타 중 하나가 되는 영광으로 어머니에게 보답했다.
어쨌든 워드 열풍은 몇 달간 미주 한인사회와 한국을 휩쓸었다. 혼혈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없애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금의환향한 워드가 본인의 뿌리 찾기를 넘어 혼혈인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등 한국사회가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드는 기회를 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도 만났고 시민증도 받았다. ‘우리 가운데 하나’라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한 어머니 얘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워드의 여린 모습은 정이 많은 한인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남겼다. 팔에 한글로 문신을 하고 어머니 혈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고운 심성도 그를 한인사회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데 한 몫 했다.
하인스 워드는 우리가 자랑스럽게 가슴에 품는 스타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피부색과 언어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족이어야 함을 뒤늦게 나마 깨닫게 하는 소중한 사람이었다.<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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