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느닷없이 터져 나온 도날드 윌리엄 쉐퍼 메릴랜드 감사원장(사진)의 발언은 한인사회를 진동시켰다.
쉐퍼는 주공공사업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 예산 지원 반대 발언을 하면서 북한을 한국과 구별하지 않고 “코리아가 미국에 미사일을 쐈다”고 말했다.
상식을 벗어난 쉐퍼의 발언은 지역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뤄졌고, 공화당은 물론 같은 민주당 소속의 정치인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본보의 보도로 사실을 접한 한인사회는 분노로 들끓었다.
84세인 쉐퍼 감사원장은 볼티모어시장과 메릴랜드주지사를 역임한 지역 정계의 거물로, 주지사 시절 한국을 방문하기한 지한파였기에 한인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한인들의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한기덕 메릴랜드한인회장이 7월 10일 이메일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또 12일 메릴랜드 지역 한인회장 및 단체장들이 대책 모임을 갖고, 신근교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인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16일 한인단체와 히스패닉 등 이민자 단체, 민주당 주하원의원들이 합동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18일에는 한인단체장들이 쉐퍼를 직접 항의방문했다. 한인들의 분노는 볼티모어선, 워싱턴포스트 등 지역 주요 신문을 비롯 TV방송을 통해 주류사회에 전해졌다.
하지만 쉐퍼는 한인사회에 대한 사과를 단호히 거부, 한인들의 불붙는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한인사회는 예상과 달리 쉐퍼의 완강한 사과거부에 당황했다. 또 일부 전직 단체장은 오히려 공공연히 쉐퍼를 두둔하기도 했고, 공세를 취할 때마다 한인사회 내부에서 단체간 불협화음이 나왔다. 쉐퍼와의 면담시 한인 대표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자 쉐퍼가 오히려 “한인사회는 의견부터 통일하고 오라”고 큰소리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이같은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경험이 없고, 정치적 문제를 다룰 조직도 갖추지 못했던 한인사회는 공개사과 관철과 주류사회의 여론 환기-정치력 신장이란 간접 방식으로 선회하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갈팡질팡했다. 쉐퍼 라는 거물과 맞서기에 한인들의 정치력은 아직 역부족이라는 현실과 주류사회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상황판단에 비롯된 것이었다. 낙선운동이 섣불렀다는 반대의견과 대응 전략이 부재한 채 한인 지도자들이 문제만 확대시켰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편 지지율 하락에 초조해하던 쉐퍼는 급기야 예비선거를 열흘 가량 앞두고 한인 언론에 광고 형식을 빌어 공식사과했다. 하지만 쉐퍼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3위에 그쳐 정치생명을 끝내야 했다.
쉐퍼 낙선과 관련, 신근교 망언대책위원장은 “주류 사회서 쉐퍼의 잘못을 인식하고 표로 연결된 것 같다”며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이번 사태가 한인들의 권익 및 정치력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쉐퍼의 망언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을 되돌아보게 하고, 정치력 강화란 과제를 한인사회에 깊숙이 각인 시킨 계기로 평가된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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