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57명 기습 체포’ ‘불체자 체포 소문 사실’ ‘불체자 단속한다더라 미확인 소문에 줄행랑’ ‘불체자 고용 공장 급습 1,200명 체포’ ‘불체자 사면은 안된다’ ‘비자 만료 불체자 360만명 이민당국 추적 수사’ ‘종업원도 고용주도 아무말 하지 마세요’ ‘길거리 불심검문 불체자 체포 충격’ ‘헌던 경찰 불체자 단속 나서나’ ‘불체자 검거 회오리 분다’....
2006년 한 해를 장식한 불체자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한마디로 이런 소식들은 비합법적 신분으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불체자 단속 기사들은 새해 가 되면서 연일 한인 언론 지면을 장식했고 한인사회는 크게 동요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은 그게 아니었다. “세탁소 주인이 불체자 단속으로 거액의 벌금을 냈다는데 정말인가요? 믿을 수 있어요”
워싱턴 지역에서 한인 세탁업소가 밝혀진 곳만 두 군데나 불체 신분 종업원 단속에 걸렸다는 보도에 이 지역 한인 세탁인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많은 업소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 혹은, 실리적인 이유로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종업원들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업주는 “종업원이 가짜 신분증을 제시할 때 일일이 조사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며 하소연 하기도 했다.
문제는 특정 사건에 연루돼 불체자 고용이 문제될 때 단속을 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단속을 목적으로한 업소 급습이 기정사실화된 점이었다.
필라델피아, 뉴욕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주요 도시들은 예외가 거의 없었다. 독일계 목제 가공품 제조회사 ‘IFCO 시스템즈’는 워싱턴 본사를 비롯, 전국 26개 주 40개 도시에서 일제 급습을 당해 1,187명의 불법 이민 근로자들과 전 현직 매니저 9명이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대도시 경찰국장협회는 불체자 체포에 협조해달라는 연방정부의 요청에 “본래 임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지만 이민사회에 큰 도움은 주지 못했다.
펜실베니아주 헤이즐튼시는 고용주와 집 주인 등 불체자에게 편의를 준 사람들마저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을 시장이 제정하는 등 미국 주민들의 정서는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더라도 이민법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쪽을 기울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주택건설업계 등 불체자들이 많이 고용돼 있는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었고 피해는 한인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말았다.
“영업 이익만을 위한 불체자 고용은 한인 사업자들이 스스로 먼저 자제해야할 단계에 와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실은 현실. 변화의 바람이 거센 이민 사회 속에서 미처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한인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드러난 씁쓸한 한 해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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