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코넬대 학생과 한 명의 스탠포드 졸업생, 두 명의 이스턴 메노나이트대 학생. 이들은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냈다.
장소는 워싱턴 DC 평화나눔공동체 노숙자 쉘터. 할 일은 노숙자들에게 밥주기, 담요 나눠주기, 흑인 아이들과 놀아주기, 노방 전도하기, 그들의 말 들어주기, 그리고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생각해 보기...
어떤 강요와 요청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인연으로, 친구들이 간다니까 따라 온 학생들도 혹 있을 테다. 그러나 꼭 가야만 한다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발걸음을 이곳으로 향한 젊은이들이 대부분일 듯 싶다. 하지만 어떻게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나의 삶을 누구와 나누고 있는가가 중요할 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용감하게 발을 디딜 줄 아는 젊은이들의 마음은 순수했다.
DC 노숙자 방문이 세 번째라는 안준혁군(코넬대 3·생화학)은 “처음 노숙자의 손을 잡았을 때 기억이 난다”고 했다. 얼마나 냄새가 강했던지 숙소로 돌아와서도 한참 가시지 안았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선배들을 따라왔었는데 올해는 그룹을 인솔하는 당당한 리더다. “작년이었어요. 첫해에 만났던 한 노숙자를 다시 만났는데 당뇨 때문에 다리를 잘랐더라구요. 음식도 나눠주고, 코도 닦아주고 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 절망감이 밀려오더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돼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데 올해 또 왔습니다.”
이번에는 경험도 남보다는 많고 그룹 리더인 만큼 매사에 모범을 보일 결심을 했다.
수잔 리(스탠포드대 졸업·국제관계학)양은 3년 전 혼자 왔다가 견디기 어려워 일찍 돌아갔다.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후회스럽고 죄책감이 많았습니다. 올해는 코넬대 학생들과 함께 하닌 힘도 덜 들고 소속감이 생기네요.”
수잔 양은 거리에 나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했다. 더 낮아져야 하고, 더 배워야 하고 삶 속에서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 더 나타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이 잘 잡히지 않는다”며 마음 고생이 적지 않음을 솔직히 내비쳤다.
“섬김은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요. 이런 작은 일들을 통해 세상이 변화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코넬대에서 캠퍼스 미니스트리를 맡고 있는 이지형 목사가 거든다. 책상 앞에서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부딪쳐야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 일주일 혹 열흘간 DC 노숙자들과 보내는 삶이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마는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혁 군은 “나의 행복과 안정이 전부가 아니며 예수님을 대신해 아픈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성경의 명령임을 깨달았다”라고 어른스런 말을 했다.
봉사활동 들여다보기
6년째 DC 평화나눔공동체를 찾고 있는 학생들의 일정을 대충 살펴보면 이렇다.
18일 오후 도착해 첫날은 오리엔테이션과 예배로 끝냈고 둘쨋 날부터 프랭클린 공원에서 금식 체험을 하고 점심과 저녁을 배식하는 빡빡한 스케줄로 채워졌다.
19일은 가난한 어린이들과 어머니를 초청해 공작과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있었고 23일에는 노숙자 월동에 필수적인 담요를 나눠줬고 24일에는 한빛지구촌교회에서 열리는 노숙자 집사 안수 예배에도 참석했다.
25일은 흑인 빈민 평화나눔공동체 주변에 살고 있는 빈민 흑인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아이들은 학생들과 진저 브레드로 집 만들기, 게임과 선물 나누기 등의 시간을 가지며 올해 최고의 날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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