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제시 하먼씨, 당시 한국인 친구 아들과 연락 닿아
54년 전 한반도에서 맺어졌던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우정이 아들 세대를 통해 미국 땅에서 다시 이어졌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출신 제시 하먼(75)이 종전 후 반세기가 지나 찾아 나선 인물은 1953년 당시 한국의 미군부대에서 만났던 원기준씨. 제5기갑 84공병단 소속으로 한국전에 배치됐던 하먼은 맹장수술 후 서울에서 부대 시설관리를 맡고 있을 당시 부대에서 간판작업을 담당했던 원씨를 처음 만나 2년간 의형제처럼 지냈었다.
하먼은 지난달 한국일보<본보 2006년 12월13일자 B9>를 통해 본격적으로 원씨를 찾아 나섰지만 원씨는 이미 20년 전 69세의 나이로 위암 판정을 받고 고인이 된지 오래였다. 하지만 원씨의 8남매 중 외아들인 원명남(56·그레잇넥 거주)씨가 하먼의 소식을 접하면서 결국 아들 세대를 통한 재회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아버지 원씨를 찾아 나선 하먼의 소식은 뉴질랜드 방문길에 기내에서 한국일보 기사를 접한 한국에 사는 큰누나와 매형을 통해 처음 전해졌다. 큰 누나가 여객기 안에서 곧바로 한국 어머니에게, 다시 한국에서 뉴욕의 원씨에게 연결되는 과정이 이어졌다.
아버지를 대신해 곧장 하먼과 전화연락을 취한 원씨는 자신이 아들임을 밝히고 아버지의 작고 소식을 전하자 하먼이 상당히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이번 성탄절에는 카드와 함께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 원본까지 보내며 조만간 뉴욕 방문 계획도 밝혔다고.
지난 1986년 뉴욕으로 이민 온 아들 원씨는 당시는 너무 어려 하먼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한국에 있는 어머니와 누나들은 하먼이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던 일에서부터 한국어와 주판을 배우던 일은 물론, 미국 귀국 후 옷과 돈을 보내왔던 일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들 원씨는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다시 연결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두 분은 깊은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갈수록 인간의 정이 메말라가는 이때에 반세기전에 나눈 우정을 기억하고 찾아 준 하먼씨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미국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먼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내년 봄에는 옛 추억을 찾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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