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숟가락에 배부른 일은 없다. 달리기가 그렇듯 인생은 한걸음 한걸음씩 노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버지니아 주의 프레드릭스버그(Fredericksburg)에 거주하는 임영희(60) 씨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달리기 인생론’을 설파한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삶도 마라톤처럼 완주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직접 뛰어보라고 주문한다.
“젊은이들이 달리면서 그 법칙을 깨닫게 되면 인생을 제대로 사는 법을 알게 됩니다.”
임씨 자신에게도 달리기는 새로운 삶의 활력을 안겨준 계기였다. 20대 푸른 시절 도미한 그는 미 해군부에서 결산 분석가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40대 중반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자신을 잃었을 때 친구의 권유로 운동화를 처음 신었다. 퇴근 후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뛰던 그는 점차 거리를 늘려나갔다. 뛰고 난 뒤부터 몸이 가벼워지고 혈색이 좋아졌다. 마음도 맑아져 사회생활도 즐겁고 의욕이 넘쳐났다.
“마라톤을 하면서 어떤 일이든 견뎌내면 이룰 수 있다는 진리, 자신감을 얻었어요.”
98년 해병대, 시카고 마라톤대회에도 나가고 한국의 동아마라톤에도 원정 출전할 정도로 뜀박질 매니아가 됐다. 친구와 친척, 이웃들에도 마라톤을 권했다.
지난해 봄 은퇴한 그는 아예 달리기 팀을 만들었다. 그가 다니던 아가페 교회(목사 이성수)에서 봉사를 요청하자 지난해 9월 청소년 마라톤 그룹을 조직했다. “제가 무엇으로 교회와 이웃에 공헌할까 생각해보니 마라톤 말고는 다른 탤런트가 없더라고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프레드릭스버그 배틀 필드 공원(Battle Field Park)에 12명의 틴에이저들을 불러 모았다. 처음에는 하루 15분씩 달렸다. 두 달이 지나자 아이들은 매주 16마일을 소화해냈다.
조지 메이슨대 1학년인 안종혁 군은 “처음 시작할 때 저는 0.5마일을 간신히 달릴 수 있었다. 지금은 3마일을 거뜬히 달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씨의 달리기 그룹은 목표를 세웠다. 해마다 추수감사절에 프레드릭스버그에서 개최되는 ‘Turkey Trot 5-K’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것이다. 14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이 지역에서는 가장 유명한 달리기 행사다.
11월24일 열린 5킬로미터 경주에는 2천명이 참여했다. 물론 임씨 그룹의 햇병아리 마라토너들도 뛰었고 지역 신문에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됐다.
마라톤에 참가한 버지니아대(UVA) 졸업반인 이기성 군은 “이젠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나 건강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임씨는 달리기를 통해 젊은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달리기는 나이와 경제력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한 걸음부터 시작하지만 고통의 체험을 통해 무엇이든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줍니다. 한번 달려보시지 않을래요?”
임씨의 다음 목표는 레스턴에서 곧 열리는 10킬로미터 달리기다. 물론 그의 러닝 그룹의 청소년들은 벌써 운동화를 졸라맸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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