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황제’만이‘황제’의 라이벌 <타이거 우즈>
기록경신은 시간문제… 종목을 초월한 세기의 라이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1)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5)가 지난 주말 또 다시 각자 스포츠에서 필적할 상대가 없는 최강자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우즈는 뷰익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에서 PGA투어 7연승 가도를 달렸고 페더러는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생애통산 10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압도적인 위용은 이제 각자 스포츠에선 마땅히 라이벌이라고 부를만한 선수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즈의 PGA투어 7연승 행진은 1945년 바이런 넬슨이 기록한 11연승에 이어 PGA투어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연승기록이다. 특히 넬슨이 11연승은 지금처럼 선수들간의 경쟁도 치열하지 않았고 경기력 수준도 현재와 비교할 수 없었던 시절에 세워진 기록으로 사실상 경신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그 엄청난 기록을 사정권내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즈의 위대함은 입증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우즈의 시선은 넬슨의 11연승이 아니라 잭 니클러스가 보유한 메이저 18승에 모아져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유럽과 일본투어에서 우승에 실패할 때 연승행진을 깨졌다며 이번 7연승 기록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채 자신의 타깃은 니클러스의 메이저 18승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까지 메이저 12승을 따낸 우즈는 올해 첫 아이 출산 예정일과 맞물려있는 브리티시오픈에 불참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 니클러스 기록경신은 이제 ‘과연(if)’이 아니라 ‘언제(when)’가 문제일 뿐이다.
현 스포츠계에서 이 같은 우즈의 위용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유일한 선수가 있다면 바로 페더러일 것이다. 지난주 호주오픈에서 지난 1980년 비욘 보리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한 세트도 안내주고 우승한 페더러는 이미 메이저대회 7연속 결승진출로 73년 묵은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피트 샘프라스가 보유한 역대 메이저 최다승(14승)에 4승 앞으로 육박해 있다. 특히 샘프라스가 메이저 14승을 따내는데 12년이 걸린 반면 페더러는 지난 2003년 윔블던부터 시작, 불과 3년만 동안에 메이저 10승을 쓸어담았다. 그가 아직 25살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샘프라스의 기록이 오래가질 못할 것임은 누구의 눈에도 자명하다. 샘프라스는 “로저(페더러)는 내 커리어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압도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그의 기록은 테니스 역사상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것”이라고 경탄했다.
지난해 페더러의 US오픈 우승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던 우즈는 뷰익대회 우승 후 “그(페더러)가 우승했다고 내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며 “나도 텍스트를 보내 우리는 동점이라고 해줄 것”이라고 말해 이미 그와 선의의 경쟁관계가 시작됐음을 밝혔다. 우즈와 페더러는 실제로 맞서 싸울 일은 없지만 둘 모두 역사를 향한 레이스에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목을 초월한 세기의 라이벌이 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오직 ‘황제’만이 ‘황제’의 라이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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