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강…산 넘어 산
양진석 전 코테마데라 시장(현 시의원, 사진)이 표류중인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총장에 선임된 것(본보 7일자 A1면 보도)은 개인적으로 보나 그가 몸담고 살아온 북가주 한인사회로 보나 큰 경사다.
규모만 봐도 그렇다. 우선 WTF 사무총장은 180여개국 약 6,000만명이 등록돼 있는 세계태권도계의 야전사령관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개중에는 등록만 돼 있는 무늬뿐인 태권도인들도 상당하고 실제로 WTF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비제도권 태권도인들도 많지만, 숫자로만 보면 WTF 총재(현 조정원)에 이어 2인자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어지간한 나라의 부통령이나 총리급에 해당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WTF 사무총장은 해외출장시 방문국으로부터 각료급 이상 의전을 받는다.
그러나 양진석 신임 사무총장의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얽히고 설킨 난제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최근 몇년동안 태권도보다는 시장으로서 시의원으로 코테마데라의 시정활동에 전념해온 양 전 시장을 긴급 야전사령관으로 영입한 것 자체가 WTF가 그만큼 위기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태권도인들의 대동단결과 연맹 재정비= 양 사무총장이 풀어야 할 숙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사분오열된 태권도인들의 대동단결을 도모하고 난파위기에 빠진 세계태권도연맹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WTF 위기는 1973년 연맹 창설 이후 확고한 리더십을 과시했던 김운용 전 총재가 독직수뢰 사건으로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이같은 지도부 공백을 틈타 잠복했던 파워게임이 본격 표출되면서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검은 돈을 받고 단증을 남발하거나 국제심판자격증을 파는 등 비리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WTF는 벼랑끝에 몰린 상태였다. 또 일부는 조폭을 동원해 임원회의 때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한때나마 세계최대 무도단체라는 명색이 부끄러울 정도의 현상도 빚어졌다.
지난달 문동후 사무총장 등의 집단사퇴로 후임 총장 인선과정이 길어진 것 또한 태권도계의 분열과 무관치 않다. 10여명의 후보들이 난립했으나 대부분 특정인맥에 속하는 등 계파성의 한계 때문에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양 전 시장이 초계파적이어서 화합분위기 유도와 국제활동 적임자라는 등 장점을 업고 사실상 만장일치로 추대됐다(그는 원래 다른 사람 2인을 후보로 추천한 상태였다).
◇태권도의 정체성 유지와 세계화 가속= 태권도의 세계화는 양날의 톱과 같은 요소다. 종주국 한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되면서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장악력이 엷어질 수밖에 업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력에서는 이미 대만이나 필리핀 아랍권 등에 추격당하고 있고, 행정력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태권도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태권도가 정식 또는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태권도의 정체성이 흐려진 점 또한 양 사무총장이 수완을 발휘해 풀어가야 할 난제다.
특히 올리픽 정식종목 채택이 태권도의 저변확대에는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그 바람에 태권도가 태권도답지 않게 ‘메달 따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자성론도 높은 것이다. 게다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태권도의 정식종목 제외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양 사무총장은 한편으로는 이를 막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태권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형편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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