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제프 보리스(오른쪽)를 새 에이전트로 맞은 박찬호는 3주만인 8일 뉴욕 메츠와 300만달러에 1년 계약을 맺고 험난한 뉴욕마켓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신효섭 기자>
옵션 포함 300만달러에 1년계약
박찬호의 선택은 뉴욕 메츠였다. 1년간 옵션 포함 연봉 300만달러에 메츠 유니폼을 입게 됐다. 메츠는 절실하게 필요한 베테랑 선발투수를 잡았고 박찬호는 한인팬들이 많은 곳에서 제2의 도약을 향한 도전에 나서게 됐다.
애당초 메츠는 여러 면에서 박찬호가 갈만한 조건을 갖춘 유력한 후보였다. 어깨가 고장난 에이스 페드로 마티네스가 올 시즌 출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1, 2선발로 예상되는 탐 글래빈과 올랜도 허난데스를 빼면 잔 메인, 올리버 페레스, 호르헤 소사, 마이크 펠프리, 제이슨 바가스 등 나머지 선발후보들이 모두 ‘?’ 마크가 딸려있는 선수들이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찬호를 꼭 필요로 하는 팀 중 하나였다. 게다가 뉴욕은 LA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한인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한인팬들이 많은 곳에서 뛰기를 원했던 박찬호의 조건에도 부합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그동안 메츠가 최우선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은 가능한 서부지역 팀에서 뛰고 싶다고 했던 박찬호의 말 때문이었고, 메츠가 다른 팀들처럼 박찬호 훈련장에 스카우트를 보내는 것과 같은 외형적 관심을 내비치지 않은 것도 한 이유였다.
그러나 한 자이언츠 스카우트 말처럼 박찬호는 이미 빅리그 실전무대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였다. 메츠는 스카우트를 보내 박찬호를 살펴보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오퍼를 제시했고 박찬호는 그동안 1차후보로 생각했던 서부조 팀에 선발자리가 없자 차선책으로 메츠를 선택했다. 차선책이라지만 서부지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만 없었다면 메츠는 최우선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조건을 갖춘 팀이다. 지난해 디비전 우승팀으로 플레이오프에서 LA 다저스를 꺾고 내셔널리그 결승까지 오른 탄탄한 전력을 갖췄고 다른 팀들처럼 제5선발이 아닌 제3, 4선발로 기용될 가능성도 높으며 한인팬들의 뜨거운 성원도 받을 수 있는 등 ‘플러스 사이드’가 많은 팀이다.
물론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뉴욕은 모든 메이저리그 마켓 가운데 가장 터프한 언론들이 진을 친 곳이다. 잘한다면야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조금만 삐끗해도 언론 때문에 골병들 각오를 해야 한다. 뉴욕 양키스의 ‘2억5,000만달러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지금 얼마나 두들겨 맞고 있는지만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워싱턴 내셔널스도 박찬호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었다. 선발투수 자리도 보장되고 한인팬들도 많으며 무엇보다도 뉴욕에서보다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같은 1년 계약이라면 압박감이 훨씬 적은 내셔널스에서 홀가분하게 시즌을 보낸 뒤 내년에 다년계약을 노리는 전략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셔널스 전력으론 시즌 내내 성적이 바닥을 헤맬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팀 전력이 약하니 승수를 올리는데도 불리할 것은 당연하다. 계약오퍼 액수에서도 차이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똑같은 1년계약임으로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었을 것이고 박찬호는 이미 액수가 조금 많고 적음에 흔들릴 선수도 아니었다. 결국 박찬호로서는 부담감은 훨씬 더할지 몰라도 플레이오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에서 정면돌파를 시도하기로 선택한 셈이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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