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DNA 등 생체정보법 발효 따라
수십년 된 미제사건 속속 해결
지난 3일 무고한 한인대학생을 집단구타해 끝내 목숨을 앗아간 베이지역 한인 불량배들은 사건직후 종적없이 사라졌다. 피해자는 곧 뇌사상태에 빠져 진술할래야 진술할 수도 없었다. 피해자의 친구 2명은 사건당시 상황과 가해자달의 인상착의정도만 기억할 뿐, 가해자들의 신원을 알 까닭이 없었다. 서로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들 상당수의 신원을 단시일내 알아냈다. 이들이 전부터 사고뭉치로 낙인찍혀 관찰대상이었던데다 버젓이 인터넷에 자신들의 행각을 자랑삼아 늘어놓은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웹사이트 무용담은 곧 삭제됐지만 경찰은 수상한 글이 뜨면 자동적으로 관계기관에 연락되는 시스템 덕분에 그 글을 읽은 누군가 신고하기 이전에 이미 이상기미를 포착, 동향파악에 들어간 것이다. 얼굴 없는 가해자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낌새를 느끼고 문제의 글을 부랴부랴 삭제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경찰은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백업파일을 되살린 뒤 글쓴이의 신원을 보다 정확하게 집어냈다. 이제 완전범죄는 거의 없다.
무한공간으로 일컬어지는 사이버세계에 남긴 조그만 흔적 하나가 꼬리밟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실은 이는 ‘너무 큰 흔적’이다. 유전자 등 생체인식 보존법이 최근 발효됨에 따라 수십년 전에 발생한 미제사건들이 속속 풀리고 있다. 범죄현장에서 수거된 DNA를 십년 이십년 보존했다가 일치하는 다른 범죄사건에 자동적으로 대입하는 시스템이 작동된 덕분이다. ‘딱 한번 범죄’를 저지른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평생동안 생체정보를 더이상 체크당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조그만 실수로 혹은 행정적 필요에 의해 생체정보를 검색당하는 경우가 생기면 영락없이 과거의 범행이 발각되게 돼 있다.
오클랜드경찰국과 FB!는 최근에도 DNA 덕분에 근 30년 묵은 미제사건을 처리했다.
1978년 8월13일 오클랜드 팍 불러바드의 한 아파트에서 헬렌 모린이라는 79세 노파가 성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로서는 안전하다고 소문난 아파트에서 79세 노인을 상대로 벌인 엽기적 범죄였다. 희생된 노파는 이 아파트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원한을 살만한 일도 없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없어진 금품 또한 거의 없었다.
때문에 성도착증 환자의 범행일 것으로 추정은 됐으나 범인이 워낙 꼬리를 잘 감춘 바람에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경찰은 희생자의 손톱에 묻은 혈흔 등 일부 생체정보를 수집하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보존해둔 생체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었다. 범인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거나 ‘어떤 일’로 새로이 생체정보를 관계기관이 검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는 영락없는 영구 미제사건이 될 것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묻혀지는 듯했던 이 사건은 그러나 지난해 남가주에서 발생한 강도사건으로 28년만에 풀리게 됐다. 범인은 조지 윌리엄스라는 57세 중년남자. LA의 한 잡화상에서 강도짓을 하다 붙잡힌 그의 생체정보가 입력되자 FBI의 DNA뱅크에서는 자동적으로 78년 여름 오클랜드 사건의 범인과 일치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완강히 부인하던 그는 오차확률이 45조분의1밖에 안되는 DNA 대조결과를 토대로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과거행적을 하나하나 검증해간 경찰 앞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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