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시대의 음악
누가 현대음악이 어떤 음악이냐고 물어올 때처럼 난처한 일이 없다. 음악으로 들려주면 금방 차이를 느낄테지만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공자로서의 책임감이라고나 해야할까, 그저 단순하게 대답하기도 어렵다. 굳이 정의를 말한다면 ‘클래식 음악 선상에 선, 20세기 이후의 음악을 보통 현대음악이라 칭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수의 사람들이 알듯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중에서 대표적인 바로크 작곡가로는 헨델과 바하, 고전파 작곡가로는 모짜르트와 베에토벤, 낭만파 작곡가로는 쇼팽, 멘델스죤, 브라암스 등이 있다. 작품명까지 세세히 기억은 해내지 못하더라도, 이름만 들어도 대충 그 음악들을 안다는 느낌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 ‘어떤 광고에서 나오는 음악’이라고 하면 ‘아~ 그거!’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만큼 친밀한 음악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음악은 왜 설명하기가 힘든걸까? 답은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 아니어서이다. 음악회를 찾아다니지 않는 이상, 특별한 관심이 있어 찾아듣지 않는 이상, 대중매체나 그 외의 길을 통해 우리 귀에 들어오는 음악이 아닌 것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들어서는 문턱에 다리를 놓은 드뷔시, 라벨, 리하르트 스트라우스, 말러 등의 작곡가도 생소할 수 있을텐데 그 이후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질문이긴 하지만 -한 작곡가가 시대를 대변해 주지 않는 것이 특히나 현대음악이기에- 어떤 현대 작곡가를 추천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스트라빈스키 (Stravinsky)라 하겠다. 60년의 긴 세월동안, 시대의 변화를 껴안으며 하나의 틀에 매어있지 않았던 작곡가. 뛰어난 독창성과 예술성, 그리고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는 그의 곡을 들을때마다 내가 이 곡을 이해는 했었던가 할 정도로 다시 듣게 만든다. 그를 너무나도 유명하게 만든 “봄의 제전 (The Rite of Spring)”이란 곡에서는 아직 이전시대 음악에 친숙해있던 사람들의 뒷통수를 커다란 망치로 내려치듯이, 그러나 귀를 뗄 수 없는 신선한 자극으로 음악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늘 그에게 음악은 답습이 아닌 창조였고 대다수는 아닐지라도 관중과 함께 호흡했던 작곡가였다.
현대음악이란 용어는 동시대의 음악, 즉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음악으로 바꿀 수가 있다.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냐고. 답은 추상적이면서도 의외로 간단하지만 소위 말하는 전공자로서 이런 답을 찾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이 그 답이다.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기악곡이 되었든지, 합창곡이 되었든지, 또는 한 사람의 목소리, 하나의 악기만을 위한 곡이 되었든지, 그리고 그 기법과 어떤 틀에 관계없이 이 답을 품고 내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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