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기대 성적 못 미치면 전학·귀국 압력 일쑤
혈혈단신 외로움 극심…함께 얘기할 또래 필요
한국의 조기 유학생들이 부모를 떠나 시애틀에서 혈혈단신 공부하며 겪는 현지적응 및 성적향상의 부담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유학 온 한 여고생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최근 타코마에서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살펴본 결과 부모가 기대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일부 조기 유학생들은 귀국과 잔류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까지 우수학군으로 알려져 조기 유학생이 많이 몰려오는 벨뷰 지역의 한 교육전문가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이 홀로 지내다보면 학교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벨뷰 학원의 김덕영 원장은 특히, 많은 돈을 들여 유학을 보낸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성적부진아들은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돼 더욱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지상황을 잘 모르는 부모가 즉흥적인 판단으로 자녀에게 귀국이나 학교를 옮기도록 종용할 경우, 학생들을 더욱 혼란에 빠지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실제로 재작년에 홀로 유학 온 한 11학년 여학생은 기숙사가 있는 사립학교에 1년 간 다녔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학비가 싼 다른 학교로 옮겨 하숙을 하고 있지만 새 환경 적응에 힘들어하고 있다.
이 여학생은 부모가 기대한 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하자 2년여만에 귀국을 종용받고 있다며 자기는 시애틀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기숙사 시설이 있는 시애틀 지역의 몇몇 사립 고등학교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지만 교사의 자질이 낮고 기숙사 시설도 수용소와 맞먹을 정도로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쟁위주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 가운데 오히려 유학을 통해 친구관계가 좋아지고 성적이 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벨뷰 학원의 김 원장은 말했다.
그는 고교생 때 유학 오는 한국학생들은 거의 모두 언어문제로 적응이 쉽지 않다며 유학생들이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미국의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벨뷰에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하숙업을 하고 있는 권 모씨는 학생들이 학교를 다녀온 후 집에 있는 동안 누군가와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는 등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일부 부모들은 자녀가 영어를 빨리 마스터하도록 미국인 가정의 ‘홈스테이’를 원하기도 하지만 또래의 한국학생들과 마음놓고 얘기하며 그때그때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문제가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씨는 또, 유학생들이 UW을 포함한 서부지역 대학에 진학할 경우 선택인 SAT시험보다 TOEFL시험에 치중해야 하는데 이를 모르고 버거운 SAT에만 매달리다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적인 지적을 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 유학생들의 성공 케이스도 많다. 커클랜드의 한 사립학교에 다니는 이지은(18)양은 한인가정에서 여러 명의 다른 한국학생들과 하숙하며 좋은 성적을 올려 올 가을 UW 입학을 통보 받았다.
3년 전 10학년생으로 유학 온 이양은 미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 할 때는 영어를 몰라 처음 3개월 동안 벙어리 노릇을 하며 심한 외로움을 느꼈다고 회상하고 또래 한국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도 너무 외롭게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은 가족을 떠나 미국에서 홀로 공부하는 조기유학생들은 당연히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며 자기도 부모가 자주 전화로 격려해주었지만 대학진학을 앞두고 심적인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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