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이번(하원 청문회)이 여러분들의 응어리를 푸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15일 정신대대책위가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강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방미중인 박 전 대표는 ‘바쁜 일정’에도 이날 오후 열린 하원 청문회장에도 모습을 나타내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박 전 대표의 호의에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반드시 우리의 한을 풀어낼 것입니다. (박 전 대표의) 아버지가 못한 것을 박 선생이 해주십시오. 그래야 우리나라가 삽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정치적 존재일 것이다.
일본은 박 대통령 시절 식민지 지배에 대한 각종 유무상의 차관 지불을 했으므로 민간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배상은 곤란하다는 논리를 펴오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잘못이 정신대 문제 해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아버지가 못한 것을 해달라”는 이 할머니의 쓴 소리에 박 전 대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인혁당 사건의 무죄판결에 대해 “내가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 역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공박하던 그의 모습에서 아버지 시대의 과오는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효심 깊은 딸’의 표정만 읽힐 뿐이다.
아버지의 시대를 옹호하고 싶은 그의 진의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역사에서 무엇이 그르고 옳은지 분별력 없이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지도자로 바로 설 수는 없다.
“일본이 그래도 이웃나라인데 감정적으로만 대하고 싶지 않다”는 이용수 할머니와 박 전 대표의 역사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갭은 박근혜 전 대표가 뛰어넘어야 할 곤혹스런 장애물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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