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같은 사람
커피는 맛보다 향이 먼저다. 아무리 커피를 하루에 서너 잔씩 마시며 즐기는 사람도 입안에 담아 목으로 넘길 때의 그 맛보다 커피가 만들어질 때의 내는 향을 먼저 음미하고 즐기게 될 것이다. 나도 어지간히 커피를 즐기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나가기 바쁜 날이면 목적지에 도달한 후 먼저 가장 가까운 커피점을 찾게되고, 여유가 있는 아침이면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커피머쉰을 작동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 과연 커피의 맛인지 아니면 그 향기인지 갑작스레 의문이 생긴다. 그 향만큼 맛이 따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한다. 아무리 맛을 잘 내어보려고 해도 100퍼센트 그 향기와 똑 떨어지게 같은 맛으로는 음미할 수가 없다. 물론 후각과 미각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향만 음미하고서 만족이 이루어지진 않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 나도 커피향을 맡으면 마시고야 마는 사람이다. 커피를 권장하거나 예찬하는 사람도 아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과다한 커피의 복용은 카페인으로 인해 위장에 무리를 줄 수도 있고 중독의 염려가 있는 식품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무엇이든 지나치게 하는 것은 아니하는것만 못하다고 하질 않았는가. 나는 다만 커피라는 매력적인 매개체를 통하여 한 번 생각을 확장해보고 싶을 뿐이다.
커피의 매력은 말머리에도 밝혔듯이 뭐니뭐니해도 향기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커피의 어떤 향을 그 맛이 흉내내지 못하는걸까? 진한 브라운 색깔과 잘 어우러지는 우아하고도 구수하며 쌉싸름하고 달콤한 그 향기… 어찌보면 비밀스럽기까지 한 그 향내는 커피를 그 만의 독특한, 오리지널한 존재로 부각시킨다. 미각으로는 다 찾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후각이 도와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커피의 또다른 매력은 우유나 크림, 설탕이나 온갖 종류의 첨가물(시럽)로 변신이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커피를 시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변신커피들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잘 들어보면 각 사람이 자기만의 맛으로 주문을 하는데 정말 그 종류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는 걸 발견한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은 변한 모습의 다양한 커피들의 가치가 원래의 것보다 높고 또한 그 수요도 더 많다는 사실이다. 여러가지 첨가물로 인해 맛도 색도 향도 조금씩 다 다르지만 그 중심이 커피임에는 변화가 없다. 아무도 그 달라진 음료를 커피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르거나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한 잔의, 나만의 커피를 앞에 놓고 음미하며 생각을 해본다. 나는 커피와도 같이 그윽하고도 비밀스런, 그러나 속이지는 않는 진실한, 나만의 향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에게 맞춰 변화될 수 있는 어떤 여유, 그러나 그 중심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존재 자체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키는 커피와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