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 의미와 평가
▶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가 지난 13일 북경에서 막을 내렸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중국·러시아·북한 등 회담 참가국들은 5박 6일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2·13공동성명을 채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13 합의서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와 ‘상응조치’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첫째, 60일 이내의 초기단계 이행계획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감시·검증활동을 수용했다. 또한 폐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로토늄을 비롯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하기로 했다.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은 관계정상화를 위해 양자대화를 개시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테러지정국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국은 중유 5만톤 상당의 에너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둘째, 실무그룹의 구성이다.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북미관계 정상화·북일관계 정상화·경제 및 에너지 협력·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등 다섯 개의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30일 이내에 모든 실무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셋째, 초기단계 완료 후 다음 단계의 이행계획이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에 응하고 참가국들은 중유 95만톤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대북지원을 하기로 했다.
대북지원은 평등과 형평의 원칙에 기초하여 분담하기로 했다. 넷째, 직접 관련 당사국간 별도 포럼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제체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섯째, 초기단계 완료 이후 6자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고, 오는 3월 19일에 제6차 6자회담을 열기로 하였다.
2·13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초기단계의 구체적인 이행일정과 방안 등의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말 대 말’의 공약에서 ‘행동 대 행동’의 단계로 진전되었음을 보여준다.
북미·북일관계정상화 협의개시 및 한반도 평화체제 별도 포럼 구성 등의 합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화시키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2·13합의서가 도출되기까지의 협상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협상쟁점은 핵폐기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대북지원의 종류·규모·지원시점· 분담문제 등이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동결·폐쇄·폐기의 단계와 구분 없이 년간 100만톤 이상의 에너지 및 경제지원을 요구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100만톤의 범위 내에서 북한의 핵폐기 의지와 이행정도에 따라 차등지원을 제안하였다.
러시아는 대북 부채탕감을 내세우면서 분담율의 축소를 강조하였다. 일본은 납치문제를 내걸면서 대북지원의 동참을 차후로 미루었다.
2·13 합의서의 도출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참가국들의 협상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l 북한과 미국은 철저히 주고 받기식 협상태로를 견지하였다. 중국은 참가구들과의 양자·삼자·다자대화를 통하여 합의서의 초안과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의장국으로써 충실하였다. 한국은 협상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창의적인 중재역할을 다했다.
때론 북미간의 ‘버티기’와 ‘벼랑끝 전술’에 설득과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으로부터는 더 많은 비핵화를 이끌어 내었고, 관련국으로부터는 평등과 형평의 원칙이라는 분담율을 이끌어냈다. 차후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동참이라는 아이디어도 제공하였다.
2·13 합의서는 북핵해결을 위한 초기단계의 이행합의서이다. 행동대 행동의 이행입구에 들어선 셈이다.
관련국들의 이행과 검증이 초기단계의 과제이다. 불신으로 시작된 북한의 핵문제가 핵실험으로까지 이어졌다. 핵폐기의 초기조치와 상응조치는 불신을 신뢰로 전화시키는 가늠자이므로 관련국들의 철저한 이행이 요구된다.
핵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신뢰를 쌓아가면서 단계적으로 해결될 수 밖에 없다. 2·13 합의서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폐쇄·폐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장치가 대상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장치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핵무기까지도 제거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 2·13 합의서에 토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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