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내가 미국으로 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내가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한국보다 몇 십 배 더 큰 땅덩어리에 무한한 자원과 에너지가 있는 곳, 세계 제 1의 강대국으로 선진국을 대표하는 나라요, 아직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겐 선망의 대표가 되는 나라 같았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정착해서 직접 생활하면서 보니 그 동안 생각해 왔던 것들이 문화적 차이와 관습들로 인해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위치와 상황이 달라서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나는 주부로서 느꼈던 점들을 나누고 싶다.
제일 먼저 내가 놀란 일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아왔던 거의 대부분의 모임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한결같이 하나의 쓰레기통 안으로 직행을 했다. 우리가 흔히 가는 패스트 푸드 점에서도 모든 종류의 음식 관련 쓰레기들이 분리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한곳에 버리도록 되어 있다. 한번은 하도 이상해서 아파트 관리인한테 분리수거에 대해서 물어보았더니 쓰레기를 가져가는 업체에서 알아서 다 하기 때문에 따로 분리수거를 안 해도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쓰레기 분리 수거를 생활화 했던 습관이 몸에 배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렇게 할 수 없어서 재활용품을 따로따로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지역에 재활용품만 따로 취급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재활용품들을 모아서 가져가면 그것을 돈으로 환산해서 준다는 것이다. 이 작은 이야기가 나의 눈을 반짝 빛나게 했다. 내가 그냥 버렸던 것들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자원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에 분리수거를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더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들어보니 학교에서도 재활용품을 분리해서 모은 돈으로 아이들을 위해 유용하게 쓴다고도 하고, 각 개인주택에서도 재활용품을 분리해서 버린다고 하니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내가 보기엔 공공장소에서의 분리수거는 생활화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쉼을 주는 공원에서도 쓰레기들이 한곳에 버려지고 있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모임들에서도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물론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도 쓰레기들이 어느 지정된 장소에 모아지면 그곳에서 많은 인력들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재활용품들을 찾아 헤맬 것이다. 그렇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우리 자신이 먼저 분리수거를 생활화한다면 작은 실천에서 느끼는 보람으로 행복해 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빈 병, 빈 캔을 모으며 푼돈이지만 차곡차곡 모아가는 기쁨을 누리련다.
<조영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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