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선생님
한국에서 우리 가족의 카운슬러 역할을 기꺼이 맡아 주신 마리아 선생님은 산호세 성당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자매의 친정언니이다. 산호세에 나들이 오셨을 때 쌓은 친분으로 우리 가족이 한국에 머무를 때 이렇게 저렇게 성가시게 굴었을 터인데도 미소를 잃지 않고 간송 미술관으로 초대해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소개해 주거나 서울대 박물관에 초대해 주거나 하면서 아이에게 한국을 보여 주셨다.
서울에서 중학교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마리아 선생님은 딸아이까지 둔 옛 제자에게 사탕 한 움큼씩 쥐여 보내는 봄볕에 아지랑이 같은 용모와 성품을 가진 분이다. 자칭 심심치 않게 결석하는 아이의 집까지 찾아가 기어코 끌고 나오는 폭력교사라고 하는데 국립 국악원에서 매주 해금을 연주하다가 이제는 가야금을 타야겠다고 수업을 신청한 선생님인 것을 감안한다면 자칭은 자칭일 뿐이다.
마리아 선생님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국어교육 점검 프로그램이라든가, 학교 도서실을 재정비 한다든가 하는 듣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 일들을 자원해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일들이 그 분의 학생들에 대한 수다스럽지 않은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곧 알아챌 수 있었다. 선생님은 학습 장애아인 제자의 짤막한 시 감상문에서 다친 마음과 숨겨져 있는 가능성을 읽어내고는 학생을 끝까지 끌고 가야겠다는 속마음을 비쳐 보이기도 했는데 많은 학생 사이에 묻혀 있는 개인마다의 숨겨진 소중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주시는 훌륭한 선생님이다.
‘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들꽃을 뽑아 햇빛에 비추어 보라는 과제를 내 주었다고 한다. 그 들꽃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파악할 때까지, 그 꽃잎의 잎맥 하나하나가 다 보일 때까지 그리고 그 모양과 색이 눈에 익어 다른 꽃들과 구별할 수 있을 때까지 햇빛에 비추어 보라고 했다. 다음날 선생님은 말했다. 사람도 꽃과 같습니다.’ 존 포웰 신부님의 저서에서.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할 만큼 전통적으로 우리는 스승을 섬겨 왔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선생님의 권위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학원의 상품성에 치이고 언론에서 다뤄지는 일부 폭력적이고 봉투를 좋아하는 어두운 이미지의 선생님들이 침소봉대 되면서 한국의 선생님들은 많이 위축되어 있는 듯 보인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눈먼 자식 사랑과 학교 재단의 눈치까지 보아야 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으니 소신 있는 교육을 펼치려면 투사와 같은 의지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마리아 선생님과 또 다른 마리아 선생님들은 오늘도 참교육을 꿈꾸며 들판에 피어나온 가지각색 꽃과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주고자 바쁜 걸음을 재촉하실 것이다. 그런 선생님들께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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