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무진 한국여인 야물이’ <14>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어떻게 해서 그놈 하나는 불을 피해서 밖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어머니와 미세스 코쏘라는 미소를 지으며 “요놈은 정말 운도 좋구나”라고 했다. 병아리 삼사십 마리가 죽었는데 뭐가 좋아 웃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갔다. 어머니는 혼자 살아남은 병아리를 미세스 코쏘라에게 주었다.
우리는 그 화재사건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집도 건재하고, 아무도 안 다치고, 또 “병아리 하나는 살아남았으니까.”
양계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버지는 아마 많이 연구하고 관찰을 잘 하신 것 같다. 돈은 없고 거느린 식구는 엄청 큰 무교육 이민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 부친이 양계에 관련된 기술/수학/생화학적인 면에서 보여준 적성은, 초보자 치고는 대단한 수준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치켜 올리는 말 같아서 독자에게 죄송하지만, 나는 이제 와서야 김 인기씨의 진가를 알겠다.
양계사업을 벌린 덕에 우리 집 채소밭에는 필요한 거름이, 식탁에는 신선한 음식이 언제라도 공급되었다. 이 사업은 약 20년간 지속되다가 끝났다. 아버지는 닭장을 거의 모두 헐고 기본 재료만 건져서 다른 데 이용했다.
제 3장 채소농사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버지는 카포호에서 채소를 길러서 힐로에 내다 파셨다.
아버지는 평생 농사를 지으셨다. 제분소 일을 마치고도 밭일, 양계사업을 하시면서도 밭일, 또 우리가 라우할라 수공품 짜기 사업을 할 적에도 (제 5장) 밭일을 하시며 도우셨다.
파나에바 숲 속에 들어앉은 우리 케에아우(Keeau)집 일대는 경작지가 수천 수만 평이나 되고, 광대파리도 없고, 불청객도 없고, 환경을 훼손시키는 폐차도 없어 농부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이상향이었다. 그곳 농지는 원래 용암이었기 때문에 토양이 차지고 기름져서 농사에는 최고였다. 게다가 비는 거의 매일같이 내려도 일조량은 광합성(光合性)작용에 충분했다.
우리 집 뒤 가든에서는 블루필드 바나나(Bluefield banana, 알맹이가 길고 가는 종류) 나무들이 키도 크고 건실하게 잘 자랐다. 바나나 나무의 몸통부분은 목질이 아니고 다육질이므로 바람이 불면 쉽게 꺾여 떨어졌다. 그래서 3월 바람은 바나나의 원수였다. 주말이면 아버지와 뭉환 오빠는 길고 단단한 대나무막대기로 바나나뭉치를 치켜 올려서 따곤 했다. 오빠는 손에 막대기를 쥐고 아버지가 “후키 후키(끌어내려)!”라고 시키는 대로 바나나를 따 내렸다. 그런데 아버지가 하시는 말 “후키”가 때로는 오른쪽으로 밀어라, 때로는 왼쪽으로 밀어라, 또 어떨 적에는 뒤로 제켜라 하고 뜻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오빠가 불평을 했다. 수확한 바나나는 힐로의 어느 시장에 가져다가 팔았다. 익은 뭉치는 아버지 Model T 트렁크에 가지런히 깔아놓은 기다란 바나나 잎 위에 얹어놓고 팔았다. 한 뭉치는 우리 집 아래층에 걸어두었다가 식구들이 먹었다. 블루필드 바나나 재배가 나중에는 오이와 수박농사로 바뀌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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