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선 지금 난리가 났다. 사탕수수 밭의 풍뎅이를 퇴치하기 위해 1935년 하와이로부터 들여온 수수두꺼비들이 처음 정착한 퀸즈랜드주는 물론이고 인근 노던테리토리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호주 북부와 동부의 1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에 2억 마리로 추산되는 수수두꺼비들이 덮여 있다. 이 수수두꺼비들은 처음 들여올 당시보다 몸집이 두 배이상 커졌으며 최근엔 진화해 다리까지 길어지면서 이동속도가 연 평균 55킬로미터에 이를 정도이며 이는 70년전 들여올 당시보다 5배나 빠른 속도이다.
이 수수두꺼비들의 이같은 폭발적인 증가는 비단 못 먹는 것이 없을 정도의 식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의 피부에는 독이 함유되어 있어 이들을 먹은 악어까지도 죽게 만들 정도이다. 이들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뱀, 호주산 도마뱀, 아기주머니 고양이, 악어 등이 이 독두꺼비들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같은 사례로 외래종 베스로 인한 우리나라 토착 담수생태계의 교란을 떠올릴 수 있다. 위의 사례들은 인간이 생태계에 간섭함으로써 발생하는 재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호주에서는 ‘수수두꺼비 소탕의 날’을 정해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수 세기동안 산업화와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멸종시킨 수많은 종들을 생각한다면 이번처럼 마음먹고 덤벼든다면 한 종 멸종시키는 것이야 어렵지 않을 듯도 하다. 그럼 이미 사라진 것을 살려내는 것은 어떨까?
현재 미국 전역에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어떤 양봉업자는 하룻밤 사이에 5천만 마리의 꿀벌을 잃었다고 한다. 꿀벌들이 수정하는 농산물은 미국내 총 140억 달러에 이르며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음식의 3분의 1가량은 꿀벌의 수정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 최대의 아몬드 생산량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년 2월이면 아몬드 수정을 위해 미국내 전체 꿀벌의 절반 이상을 동원한다고 하니 이들의 경제적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 비단 경제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갈수록 알러지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는 것도 꿀벌들의 실종과 무관하지 않다. 알러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화분이 꿀벌들이 사라지면서 제때 수집되지 못하고 결국 공기중으로 떠다니며 우리의 눈, 코,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더구나 생태계에서 이들 꿀벌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정적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만약에 세상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그 후 약 4년 정도나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이 없어지면 수분(꽃가루받이) 작용도 없어지고, 식물이 사라지고, 뒤이어 모든 동물이 사라지고, 인간도 사라질 것이다.
꿀벌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우선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지치거나 방향을 잘못 잡거나 또는 추위를 이기지 못했거나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통상적으로 20% 정도의 꿀벌들에게 늘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올들어 서부해안 지역에서의 유실률이 30-60%, 동부 해안 지역과 텍사스주에서는 70%의 유실률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여러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GMO(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변형유전자 화분에 의해 꿀벌의 방향 감각, 혹은 면역력에 이상 현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가설이 유력해 보인다. 벌들의 영양 공급원인 화분에 변화가 생기면 벌들이 영향받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동안 놀랍도록 섬세하게 유지되던 생태계의 질서가 인간들의 생태계 개입과 유전자 조작 등의 환경파괴로 무너지면 결국 우리도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생태계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앞의 꿀벌의 예를 보듯 어느 하나가 빠지면 모두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의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 하나가 중요한 때다.
<박승범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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