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한쪽 방향으로만 통행을 허용하는 일방통행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전인 1617년, 영국 런던에서라고 한다. 런던 중심부의 왕립과학연구소가 위치해 있는 길인데, 이곳 왕립과학연구소의 대중 강좌의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통행량이 너무 많았던 게 이 길이 최초의 일방통행로로 지정된 이유가 됐다고 전해진다.
LA에서는 1984년 올림픽 대회 개최 당시 다운타운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인 피게로아와 플라워 스트릿를 일방통행로화 하는 실험을 했다. 대회 기간 동안 교통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그 효과를 봤다는 시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곳은 지금까지 일방통행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LA 동서를 연결하는 간선 도로인 올림픽과 피코 블러버드를 일방통행화 하겠 다는 계획이 불거져 나와 여론이 시끄럽다. LA카운티가 제브 야로슬라브스키 수퍼바이저의 제
안으로 이들 도로의 다운타운에서 서쪽 해변까지 구간을 일방통행으로 만드는 방안에 대한 타 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94년 노스리지 대지진으로 10번 프리웨이가 끊겼을 때 올림픽과 피코의 일방통행화 제안 이 등장했던 적이 있어 논의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LA 다운타운처럼 한정된 지역도 아니고 장장 15마일에 달하는 구간의 왕복 6차선 대로를 일방통행으로 만든다는 게 과연 현실적이냐는 지적이 많다.
한인들에게는 특히 한인타운을 관통하는 중심 도로인 올림픽 블러버드를 일방통행화하겠다는 발상에 정서적인 거부감이 큰 것 같다. 일방통행이 될 경우 예상되는 현실적인 불편함과 상권 위축에 따른 우려도 우려지만, LA 한인타운 형성의 중심축이었던 올림픽 길이 한인들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도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야로슬라브스키 수퍼바이저측에 따르면 이 방안은 웨스트LA 등 서쪽 지역 주민들이 겪는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비교적 비용이 덜 드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한다. 이 두 도로의 일방통행화가 교통역학적 측면에서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타당성 조사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한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그 고통이 다른 곳으로 전가되는 지역 다툼의 모양새가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므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인사회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일방통행’식으로 밀려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한인들의 목소리를 결집, 조직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해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블러버드 일방통행로 전환 문제는 커뮤니티의 이해가 걸린 이슈에 대한 한인사회의 대응력을 시험하는 하나의 테스트가 될 것 같다.
김종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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