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홀에서 버디펏을 놓쳐 추격의 모멘텀을 잃은 뒤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타이거 우즈의 모습.
“앞서갈 땐 호랑이지만 쫓아갈 땐 고양이 되는 것”
‘앞서갈 땐 호랑이지만 쫓아갈 땐 고양이?’
8일 무명의 잭 잔슨(31)을 신데렐라 챔피언으로 등극시키고 막을 내린 2007 매스터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천하무적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힌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그라면 충분히 우승하고도 남았을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줬음에도 불구, 고비에서 ‘역대 최고의 승부사’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그린재킷을 신예 잔슨에게 내줬기 때문이다.
우승자인 잔슨이 후반 우즈의 맹추격에도 불구, 후반 4홀에서 버디 3개를 골라내는 놀랍도록 침착한 플레이를 펼친 것을 감안하면 그의 우승을 우즈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우즈가 이길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렸다는 사실만큼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실패는 우즈가 지금까지 따낸 12번의 메이저 타이틀 가운데 단 한 번도 4라운드 역전우승이 없다는 사실과 맞물려 ‘타이거의 아킬레스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이널그룹 파트너인 스튜어트 애플비에 1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에 들어간 우즈는 불과 2홀만에 리드를 거머쥐었다. 이미 필 미켈슨, 비제이 싱 등 위협적인 라이벌들이 우승권에서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리드를 잡은 우즈 앞에는 탄탄대로만이 기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우즈는 좀처럼 앞으로 뛰쳐나가지 못했다. 2번홀 버디로 리드를 잡은 뒤 이후 12번까지 단 1개의 버디도 추가하지 못한 채 보기만 2개를 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사이 경쟁자들은 하나둘씩 그를 추월했고 12번홀을 마친 뒤 13, 1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선두 잔슨과의 격차는 어느덧 4타까지 벌어졌다.
물론 우즈가 완전히 무기력하진 않았다. 파5 13번홀에서 득의의 이글을 잡아내며 잔슨에 2타차로 육박했고 대 역전드라마가 눈앞에 왔다는 흥분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14번홀에서 잡을 수 있는 버디펏을 놓치며 추격의 모멘텀을 잃은 우즈는 잔슨이 16번홀에서 버디를 보태 다시 3홀차로 달아나자 15번홀에서 승부를 걸었으나 투온을 노린 세컨샷이 연못에 빠지면서 사실상 역전의 꿈이 사라졌다. ‘호랑이’의 추격을 침착하게 뿌리친 잔슨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던 만큼이나 눈앞에 다가온 사냥감을 맥없이 놓쳐버린 우즈의 무능력이 실망스럽게 느껴졌던 승부였다. 우즈의 호화찬란한 이력서는 이제 메이저대회 역전우승이 없다는 ‘꼬리표’를 떼어버리는 것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과제로 남게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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