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상황들을 돌아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전에 같았으면 눈 앞에 닥쳐진 일들만 보고 그 일들을 수습하기에 바빴을 나였는데 이젠 그 사건들을 통해서 조용히 나를 본다. 솔직히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써왔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내가 보는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는 나’를 인식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 자신의 본래의 모습보다는 타인에 의해 나도 모르게 변화되어 가는 나에 더 익숙해져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를 들여다 본다는 게 쉽지는 않다. 현미경으로 보듯 나의 마음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요, 거울을 보듯 나의 생각을 사실 그대로 볼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망원경으로 보듯 확대해서 나를 보거나 아니면 축소해서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는 건 나도 나이를 먹고 인생의 철이 들어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문득 대학시절 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꽃봉오리처럼 언젠가는 활짝 필 날을 기대하며 꿈과 기대에 부풀었던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그 친구는 떨어지는 꽃잎처럼 미래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이 많았었다. 그 친구의 머리 속에는 온통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들로 꽉 차 있었다. 신입생 때부터 4년 내내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 친구는 학과 공부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는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에 몰입하여 늘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졸업 후에도 자신이 찾고자 하는 해답을 얻기 위하여 많은 시간들을 보내며 그렇게 살았다. 다행이 한 남자를 만나 지금은 평범한 한 남편의 아내가 되어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머리속에 남아있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 인생의 여행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이가 어릴 때는 인생이나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다. 이런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들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해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명확한 답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우리의 부모님이나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처럼 어쩌면 평생을 살아가면서도 그 깊은 의미를 깨닫기란 쉽지도 않을 뿐더러 깨닫는 데까지는 많은 인생의 경험과 시간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얻어질 것이다. 결국 이것은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풀어가야 하는 숙제와도 같을 것이다.
이제 다시 나 자신을 바로 보고 똑바로 알기 위해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의 말이나 행동, 생각과 마음까지 모두 내려놓는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이 마치 호수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하나의 돌멩이처럼 지금 내 마음에도 조용하게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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