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얘기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글을 쓰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소재가 고갈되어 간다고 하니, 어떤 분의 ‘주위에 널린 게 소재’ 라고 하시던 말씀이 머리를 치는 것이었다. 삶의 기쁨, 감사할 거리, 재밌는 일들을 작은 것에서부터 찾으라고 했듯이 소재를 주변에서 찾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려 했던 것이 빗나간 방법이었다. 일상에는 일과 사람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나. 오늘은 가볍게 떠오르는 생각에서 시작해보려 한다.
10년 전 쯤에 감명깊게 읽었던 시가 요즘 많이 생각난다. Robert Frost 의 The Road Not Taken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이라는 유명한 시인데 제목부터가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시였다. 두 개의 갈라진 길을 동시에 다 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한쪽 길을 오랫동안 서서 바라보다 오히려 다른 길을 택해서 걸어간다. 그 길은 발자취가 거의 없는, 다른 이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이었다. 먼 나중에, 결국 그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아주 다르게 만들었음을 말하리라고 시인은 끝맺는다. 비극도 희극도 아닌, 그냥 긴 한숨을 내뱉는 듯한 인생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인상깊은 시이다. 또, 결국 자신의 길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걸어가게 된다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시인 것이다.
사람은 생명체이다. 다른 많은 생명체들이 그렇듯이 시간과 공간에 한정되어 있지 않은 인생은 없다.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육체를 초월하는 뛰어난 정신 세계가 주어져 있다. 육체는 갇혀있지만 정신은 어디든, 어느 길이든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육체를 다스리는 것도 정신이요, 결국 인생을 아름답게, 또는 비참하게 만드는 것도 정신인 것을 우리는 다 잘 알고 있다.
어떤 한 사건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날 때, 건강한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택이 얼마나 결정적일 수 있는지를 절감한다. 말로도, 어떤 분석으로도 시원스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 도대체 ‘진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인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명을 가진, 인생의 길을 가는 우리는 결국 어떤, 손에 잡히지 않는 ‘진리’를 향해 달려도 가보고 걸어도 가보고 하는 것이지 않는가.
나는 일탈을 꿈꾸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일상으로 채워진 길을 가기 원한다. 내가 말하는 이 평범함은 개인의 성취,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떠난 ‘자연스러운 일상’을 말한다. 평범함 가운데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 커다란 의미의 자유, 그리고 깨지기 힘든 견고한 중심 기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답답함 때문에 어떤 자극을 원할 때 오히려 삐끗하며 넘어지기 쉽다. 그렇게 될 때 그 자극은 이미 본 목적을 잃은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황과 환경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돌아보는 것이 누구에게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꼭 해야하고 피해갈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될 것이다.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란 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만물의 영장으로 지음받은 사람을 동물로 비유하는 건 좀 부적절하지 않나 싶다. 사람은 ‘사랑하고 받기위한 존재’라는 표현이 더 맞지 싶다. 다시 한 번 오늘부터 내 주어진 일상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는 성실한 발걸음을 내디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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