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자 발표 시즌, 한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합격생들은 그동안 밤잠 설쳐가며 고생한 보람이 맺은 열매의 달콤한 맛을 즐기고 있고, 부모들은 지인들의 축하에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반면 원하는 대학은 낙방하고 차순위 지망 대학에만 합격한 학생과 그 부모에게 4월은 잔인하기만 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한 실망감과 “그집 애 공부 잘 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거기도 못 들어갔어?” 하는 식의 주변 입방아에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지난 몇 주 대학합격 사례들이 집중 보도된 뒤 일부 학부모는 “성공한 자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부당한 처사”라며 항의 전화까지 걸어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어서는 안 되고, 미래를 핑계로 오늘 할 일을 흐릴 수는 없는 법.
합격자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로 인한 신분 상승’이라는 착시현상에서 그만 깨어나 명문대가 들어가기가 힘든 만큼 졸업하기도 힘든 곳이란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미국 최고 공립대인 UC버클리의 경우 4년내 졸업 비율은 4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명문 사립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진학상담 기관들에 따르면 하바드, 예일, 프린스턴에 입학한 한인 학생들이 제때에 졸업하는 비율은 50%가 채 안 된다. 낮은 졸업률은 한인사회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했다는 자랑에 비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자랑을 듣기가 힘든 이유를 설명해 준다.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이제 출세의 보증수표를 손에 넣었다는 자만 대신 미래의 지도자로서 수양을 시작한다는 각오를 가졌으면 한다. 대입 전 방과후 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 봉사할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LA시 한인 부시장 2호였던 모리스 서 변호사는 탤런트를 가진 한인 2세들이 대학 시절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도록 늘 권유한다. 타인의 부러움을 받는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이들이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낙방했거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과 그 학부모는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교훈을 되새겼으면 한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은 고등학교에서 2번 퇴학당하고, 변호사 시험에도 수 번 낙방했지만 미국 2위 도시의 시장이 됐고 차세대 민주당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헤밍웨이는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인류 문학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김대중 대통령도 고등학교가 최종 학력이고, 노무현 대통령도 상고 출신이다. 둘 다 대학졸업장이 없다. 인기가 땅에 떨어진 두 한국 지도자의 인생 역정이 실망스러운 면도 있지만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실은 인정할만하다.
슬픔에 잠겨 있는 낙방생들과 부모들이 아이비리그 대학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 길을 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경원 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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