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의 협상 체결로 이제 시장은 국가적 관섭과 제재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으며 자본과 상품은 국경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쉽게 이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시장이 통합됨에 따라 국가간의 물리적 영토의 경계는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시장 점유를 위한 마케팅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실체로써의 국가의 기능은 이제 경제 활성화에 더욱 더 그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경제에 중심을 둔 서구 문화의 보편화 경향은 더욱 지배적인 양식으로 우리의 삶에 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성의 문제를 철학, 정신분석, 종교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해체한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를 통해 일반적인 개인의 성격 구조와 그가 속해있는 사회경제적 구조는 서로 맞물려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개인의 정신적 영역과 사회경제적 구조의 혼합을 ‘사회적 성격(social character)’이라고 명명한다. 한 사회의 사회경제적 구조(socioeconomic structure)는 그 구성원들의 사회적 성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철저히 시장 중심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우리의 사회적 성격은 어떻게 변모되며 어떠한 특징을 갖게 되는가?
프롬의 분석에 따르면 서구사회에서 16세기에 발달하기 시작한 권위주의적, 강박적, 저축적 성격은 19세기 말까지 적어도 중류계급의 지배적인 문화적 특징이 되어 왔다. 이는 또한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어 서서히 ‘시장적 성격(marketing character)’과 혼합 또는 대치되어 왔다는 것의 그의 관찰이다. 그가 지적한 시장적 성격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은 점차 자신을 상품으로 경험한다. 이는 우리 자신의 가치를 ‘사용가치(use value)’가 아니라 ‘교환가치(exchange value)’로서 경험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의 영향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포장하여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의 행복보다는 팔기에 적합한 상품이 되기 위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시장적 성격이 추구하는 목표는 시장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바람직한 인간성을 개발하고 완전히 시장 순응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둘째, 좀 더 극단적으로 시장적 성격구조는 단지 최대의 능률을 올리며 움직이고 일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다른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그들의 이러한 삶의 방향에 대한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질문과 성찰에 대한 의식적인 관심이 부재한다. 회사 혹은 거대한 관료제 조직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자아가 없는 도구가 된다.
셋째, 시장적 성격에는 사랑도 미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한 감정이든 악한 감정이든 시장적 성격의 주된 목표에 위배되는 모든 감정은 거부된다. 그 주된 목표는 상품을 팔고 교환하는 것이라 낡고 감상적인 정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이 이기적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가 아주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보듯이 우리내의 전통적인 시장인 ‘장터’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정과 흥이 넘쳐나는 그러한 장소였다. 이제 우리의 전통적인 공간인 장터는 인간이 사라지고 단지 경제와 상품의 논리만이 뛰노는 삭막한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에리히 프롬의 시장에 대한 통찰은 그래서 더욱 더 우리의 현 상황과 다가올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여 준다.
jdlcom@yahoo.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