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은 21일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지난해 2월 미 연방보안관(U.S. Marshall)들에 의해 미국에서 체포된 미국 영주권자 한국인 최만석(65)씨가 보석이 불허돼 수감된 상태에서 신병인도 재판을 받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이 미국 정부와 외국정부와의 국제조약에 따라 외국정부가 요청한 신병인도 대상자가 미국에서 체포됐을 경우 ‘특별한 상황’(Special Circumstances)을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용하지 않고 감금된 상태에서 신병인도 절차를 밟도록 한다는 미 연방대법원의 1903년 판례와 그
이후 관련 소송에 대한 판결들의 적법성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최씨뿐만이 아니라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미국에서 체포된 또는 체포될 모든 대상자들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특히 최씨는 지난해 2월 체포된 이후 켈리포니아주 ‘메트로 구치소’(MDC)에 수감된 상태에서 미 연방 캘리포니아지법의 한국 신병인도 판결에 불복, 대응해오며 이미 1년3개월간 수감돼 있었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보석, 가석방을 위한 모든 법적절차에 실패해 과연 그가 앞으로 계속 수감된 상태에서 한국으로의 신병인도에 싸울 것인지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법원 기록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거주 사업가 최씨는 1994년 한국 정부의 경부고속철도 선정과 관련, 한국에서 ▲개인 회사를 대신해 정부 계약 수주를 로비한 혐의, ▲관련 수사 무마를 위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 ▲해당 서류(여권) 없이 출국한 혐의 등 3개 혐의에 의거해 2005년 9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범죄인인도요청을 접수시킴에 따라 지난해 2월15일 캘리포니아주 자택에서 미 연방보안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이어 연방 캘리포니아지법 행정판사는 2006년 2월16일 최씨가 외국으로의 신병인도 대상자임을 확인, ‘특별한 상황’일 경우에만 보석이 허용된다는 법원 판례에 따라 최씨에게 보석을 책정하지 않고 수감시켰으며 최씨는 같은 해 4월4일 행정판사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한 ‘검토 및 재심’을 신청했다.
최씨는 ‘검토 및 재심’ 신청에서 자신이 미국에서 35년간 거주했고 30년전 결혼한 부인과 함께 켈리포니아주 주택에 1999년부터 계속 거주해왔으며 부인이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도 시민권자인 점과 자신도 1999년 미국 시민권을 신청해 2001년에 인터뷰를 마치고 시민권 발급을 대기중인 영주권자임을 강조하고 부동산 개발 및 관리 회사 ‘칼 랜솜’
(Cal-Ranson Inc.)사를 운영하는 성공적 사업가로 전과가 없어 ‘도피 위험이 없고’,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임을 내세워 보석을 신청했다.
최씨는 또 보석 조건으로 부인과 아들이 100만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걸고 여행제한은 물론 전자감시 장치로 당국의 감시를 받을 의사와 그 외 법원이 명령하는 모든 제한을 수락하겠다며 가석방을 요청했다.
이에 행정법원은 2006년 4월6일 최씨의 ‘검토 및 재심’ 신청을 심의한 결과 최씨가 ‘도피 위험이 없고’,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임을 인정, 일반 형사 사건의 용의자일 경우 보석, 가석방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만 그가 미국과 외국정부와의 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해 체포됐고 법정 판례가 이 같은 경우 ‘특별한 상황’ 이외에는 보석을 불허한다는 사실과 도피 위험와 공공안전 위협 여부는 판례들이 규정한 ‘특별한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강조한 뒤 2006년 4월10일 최씨의 보석 신청을 기각시켰다.
최씨는 행정판사의 이 같은 판결에 불복, 켈리포니아주 중앙지법에 ‘인신보호청원’(Habeas Petition)을 제출하고 최씨를 보석 책정 없이 구금한 것은 미 연방헌법이 보호하는 ‘법적 절차’(Due Process)를 위반한 것임을 주장했으나 중앙지법 역시 2006년 5월19일 최씨의 보석을 거부했다.
최씨는 그러자 2006년 5월22일 연방 제9순회법원(항소)에 켈리포니아주 중앙지법의 판결에 항소했고 제9순회법원은 같은 해 6월13일 항소를 기각시켰으며 이에 최씨가 또 다시 제9순회법원에 항소 기각 재심을 신청하자 제9순회법원은 같은 해 8월7일 이 역시 기각시켰다.
최씨는 따라서 2006년 11월20일 미국 최고 법원인 연방 대법원에 ‘도피 위험이 없고’,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을 보석 책정 없이 구금하는 것이 ‘위헌’임을 재차 주장하며 소송의사 ‘승인청원’(Certiorari)을 제기했고 올해 4월18일 미국 정부의 반박, 5월1일 최씨
측의 미국 정부의 반박에 대한 반박입장 서류들을 모두 검토한 대법원은 지난 21일 최씨의 소송의사 ‘승인청원’을 기각 시켜 1903년 판례에 따라 외국정부의 신병인도요청에 의거해 체포된 사람을 보석 책정 없이 구금시켜 신병인도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법적 제도가 위헌이 아님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한편 보석, 가석방 신청과는 별도로 진행된 최씨의 신병인도 재판에서 연방 행정판사는 지난해 10월10일 미국정부가 최씨의 신병을 한국정부에 인도할 것을 명령했으나 최씨는 같은 해 11월9일 연방 제9순회법원에 항소를 제기해 22일 현재 항소재판이 진행 중이며 제9순회법원 기록에 따르면 최씨의 한국 신병인도 항소 재판의 최종 판결까지는 앞으로도 최소한 4~6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최만석 씨는 누구?
고속철도 차량선정 정부로비 댓가로
알스톰사로부터 1,129만달러 받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제출한 범죄인인도요청에 따르면 최만석씨는 한국 정부가 1989년 5월8일 발표한 경부고속철도 건설 계획과 관련 차량을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테제베)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민정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하기로 하고 1994년 11월 알스톰사로부터 1,129만달러를 받은 의혹이 포착되자 1999년 12월 법적인 출국 절차를 밟지 않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도피했다.
한국 검찰에 따르면 당시 한국 정부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3개 차량 회사 중 하나인 알스톰사의 최고경영자(CEO) 진 카리우는 1992년 12월 평소 알고 지냈고 훗날에 자신의 부인이 된 호기춘(58·여)씨에게 한국정부를 상대로 로비할 사람을 찾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호씨는 이어 1993년 2월 평소 알고 지내던 ‘점쟁이’(Fortuneteller)로부터 최씨를 소개받았고 호씨와 최씨는 같은 해 4월초에 서울 웨스틴 호텔에서 알스톰사 회장을 만났다.
알스톰사는 호씨와 최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 차량 계약을 따내는 조건으로 총 계약금의 1%를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들 받아들인 최씨와 호씨는 이 돈을 최씨가 65%, 호씨가 35% 나눠 갖기로 했다.최씨는 1993년 4월 말 당시 집권당이던 민자당의 황명수 사무총장을 접촉해 알스톰사를 위한 영향력 행사를 부탁했고 이 같은 로비 활동으로 인해 1994년 6월14일 알스톰사가 선정됐다.
알스톰사는 1994년 11월28일과 5월16일 최씨의 홍콩 은행 계좌에 약 1,129만2,803달러를 송금했으며 최씨는 그 중 395만2,200달러를 호씨에게 입금시키고 4억원을 황 사무총장에게 정치력 행사 대가로 지불했다고 한국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검찰은 또 1995년 6월8일 홍공 경찰로부터 최씨 은행 계좌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한국 경찰이 같은 해 11월 수사에 착수하자 최씨가 호씨와 공모해 전윤기 당시 김포공항 경찰대장에게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1995년 12월~1996년 2월 약 8만달러를 지불했고 이로 인해 실제로 1996년 3월19일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됐음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외에도 1999년 9월28일 출국이 금지된 최씨가 같은 해 10월2일 로스엔젤리스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적발돼 여권을 압수당했으며 1999년 10월29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뒤 같은 해 11월 중 압수된 여권이 되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입국해 이들 3개 범죄 혐의로 최씨의 신병인도를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범죄인인도요청에서 밝히고 있다.
<신용일 기자>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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