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에서 1시간 거리에 메노나잇과 아미쉬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습니다. 손님들이 오시면 항상 모시고 가는 곳이어서 이 곳의 가이드 수준이 되었습니다. 메노나잇과 아미쉬의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마틴 루터의 종교혁명이 일어났던 1517년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마틴 루터가 95개 조항의 ‘항의’(Protest)를 로마 가톨릭 교회에 제출하고 종교혁명을 일으킨 주요 쟁점은 ‘구원은 오직 믿음으로’(only faith)라는 주제였습니다. 루터는 성례전과 더불어 행함이 있어야 구원을 받는다는 로마 가톨릭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1525년경 스위스 쥐리히에 살던 개신교 교인들은 루터의 개혁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자기들끼리 모여 믿음을 고백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재 침례파’(Anabaptist) 운동입니다. 재 침례파는 루터와 같이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데 동의했으나 세례는 오직 어른이 되어서 자신의 신앙과 믿음의 고백을 통해 이뤄져야 효력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아 세례를 반대했습니다. 또 예수님의 사역은 무저항의 평화주의였기에 무장하고 전쟁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재 침례파’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극심한 핍박을 받았습니다. 화형에 처하여지고, 노예로 전락되는 극심한 핍박이 닥치자 극비리에 모여서 예배드렸습니다. 그 뒤 1536년 네덜란드 가톨릭교회 신부였던 메노 시몬스가 공개적으로 ‘재 침례파’에 속한다고 선포하자 비밀리에 모였던 사람들과 종교개혁이 미흡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따랐습니다. 지도자의 이름을 따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메노나이트(Mennoite)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1693년에 메노나이트 교도였던 야곱 아만이라는 사람이 법을 잘 지키지 않는 메노나이트에 대한 교회의 징계가 미약
하다고 반발하고 더 보수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따로 모였습니다. 이들을 지도자 아만의 이름을 따 아미쉬(Amish)라고 불렀습니다. 즉 재 침례파가 메노나이트를 이루고 더 보수적인 사람들이 아미쉬를 조직한 것입니다.

신대륙인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를 윌리엄 펜이 사서 이 곳에 오면 종교의 자유를 주겠다고 하자 핍박받던 메노나이트와 아미쉬 교도들이 1600년경부터 이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오하이오 주에 큰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고 오늘까지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는 그들은 전기, 자동차 등 문명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문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에 치명적인 영향력이 있기에 가족 간의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가족 중심의 가치관으로 이겨나가는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노동의 신성함과 깨끗함을 가르치는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신문명 속에 살면서 가족이 깨지고 불화함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이들은 불이 나면 오하이오 주 등 다른 주에 사는 모르는 교도들이 와서 함께 집을 지어주고 갑니다. 작년 미치광이가 아미쉬 마을 학교에 침입해 여학생들을 집단 살해했어도 그들은 기도하면서 용서하여 주었습니다. 그들을 통하여 인생의 귀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시간이 되기에 가끔 방문합니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목사
삽화 : 오지연 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