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축구대회,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월드컵 서포터즈를 태운 열차가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독일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는 대륙 횡단의 대장정을 꿈꾸었다. 휴전선으로 인한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대륙 국가를 꿈꾸었던 것이다. 모두가 꿈꾸면 그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마침내 대륙의 하늘이 열리고 있다.
5월 17일에 있은 남북열차 시험운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온 겨레는 남북의 열차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민족 번영의 꿈과 희망을 안고, 분단과 전쟁과 대결의 상징이던 군사분계선을 거침없이 가로질러 남북을 잇고 대륙을 잇는 역사적 광경을 가슴 벅찬 감동으로 지켜보았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그 오랜 비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으며, 56년간 끊어진 민족의 혈맥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었으며, 우리가 다시 대륙 국가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 만큼 남북 철도 연결이 갖는 민족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물론 철도 개통과 정상운행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험 운행만이라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 동안 남북 관계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온 만큼, 철도개통과 정상운행 역시 단계적으로 발전하며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시간문제이다. 먼저 남북 철도 연결은 개성 공단의 물자 수송과 남북 근로자들의 통근 열차로 이용될 것이며, 서울-평양간 정기 열차 운행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철도를 따라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민족 공동체가 회복되고 민족경제공동체가 형성되어 나갈 것이며, 특히 남북의 물류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 남북의 경제 협력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나아가 남북 철도 연결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될 경우,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며, 또 엄청난 시장을 가진 중국 및 최대 자원 보유국인 러시아와 연결됨으로써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제공할 것이다.
부산에서 북녘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파리까지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로서 대륙 횡단 철도의 꿈.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남과북, 러시아 3국의 의지는 어느 정도 확고한바,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또 남북 철도 연결은 물자 수송과 사람 왕래 등 인적·물적 교류 협력을 보장하기 위한 남북의 군사적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긴장완화와 신뢰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남북의 철길은 곧 ‘평화의 회랑’이다. 이렇듯 남북철도 연결은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곧 냉전과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평화통일과 민족번영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우리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그 동안 북측과 꾸준히 신뢰를 쌓아온 결과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2.13 합의의 초기 단계 이행 조치가 계속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 시험 운행이 차질 없이 진행된 것은 최근의 남북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상징하는 것이자, 그 동안 조성된 남북의 신뢰 관계를 반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정부의 꾸준한 노력이 또 하나의 결실을 맺고 있다. 하지만 우리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범국민적, 범민족적 지지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남북의 공동 번영이라는 민족사적 과제 역시 범국민적,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때 성취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범민족적 지지와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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