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희귀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대학 신입생 시절 전철 타고 나란히 앉아 가던 무용과 친구의 ‘다이어트만 아니라면 인생이 행복해 죽겠다’는, 당시 나에겐 파격적이다 못해 믿기 어려웠던 고백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서도 그같이 대담무쌍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정치적으론 트로츠키가 울고 갈 만큼 심각했고 철학적으론 ‘옥중노트’를 집필할 당시의 그람시보다 더 치열했던 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회의의 대상이었지 행복의 대상은 아니었으니까.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것은 없다. 회의의 자리엔 불안과 욕망의 부재가 대신할 뿐이다.
나뿐만 아닌가 보다. 취재차 만난 한인 심리학자들과 상담소 카운셀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불행하다고, 사는게 행복하지 않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과 십 수년 전만 해도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 폭력 등 당장의 물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이 수위를 차지했다면 최근엔 부부간의 정서적 단절, 자녀와의 대화 문제, 고독감, 우울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호소하는 케이스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2007년 한인사회의 행복 현주소를 들여다보기 위해 굳이 상담실 문까지 두드릴 필요도 없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자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생계형 범죄보다는 얽히고 설킨 인간 관계를 죽고 죽이는 극단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니 말이다.
이민사 한 세기, 한인사회가 적어도 외관상 성공한 커뮤니티로 보이는 가장 큰 동력은 70년대 새마을 운동도 울고 갈 성장 제일주의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조금 더 큰 집, 더 좋은 차,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돈 많이 버는) 전공을 갖는 것에 다른 모든 부차적인 것들은 희생될 수 있다.
부부간에 대화부재? 자녀의 고민? 배부른 소리다. 일단 수중에 돈이 쌓이면, 좋은 대학만 갈 수 있다면 ‘그까이꺼’ 눈 한번 질끈 감고 가는 거다. 앞만 보고 가는 거다. 그리하여 보란듯 아메리칸 드림 폼 나게 이뤄보는 거다. 오호 쾌재라.
그러나 미래의 안정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의 방식은 오래지 않아 이곳저곳 쑤시고 아파 오게 마련이다. 주변의 인간관계는 도구화되고, 소통 없는 내면은 황폐해진다. 다가올 불안을 잊기 위해 안정을 구축하는데 매진하는 삶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안정의 고지는 다가가면 멀어지는 신기루이며, 부재의 대상은 욕망 할수록 불안만 깊어지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당신. 혹시 앞만 보고 달리느라 함께 길 떠난 동무를 어디쯤에선 잃어버리거나 손을 놓쳐 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지금도 함께 행복해지기에 너무 많이 늦어 버린 건 아니니 돈 워리, 비 해피.
이주현 특집2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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