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여자가 병원 회복실에 앉아 있다. 이 여자의 나이는 스물두 살. 직업은 간호원이다. 그 옆에 있는 사람은 그녀의 보이프렌드다. 정보기술 스페셜리스트가 그의 직업. 18개월 만에 두 번째 낙태수술이다. 대기실에는 몇몇 다른 미혼 커플들이 TV를 통해 영화를 보고 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병원은 중국에서 몇 안 되는 미혼여성전문 산부인과 병원. 지난 3월에만 이 곳에서 65명이 낙태수술을 받았다. 그중 42명은 두 번째, 한 명은 여섯 번째 수술을 받았다. 낙태수술 하면 이는 기혼여성과 관계된 일이었다. 중국정부가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한 아이 낳기 운동이다. 따라서 이 정책에 순응하가 위해 기혼여성들은 자의든, 강제든 낙태수술을 받아왔다. 그러나 세상이 급격히 변하면서 이 문제도 달라졌다.
급변하는 중국의 성문화…낙태 미혼모 급증
돌팔이 시술소 난립, 심각한 후유증 불러와
<낙태 시술소의 회복실에 앉아 있는 한 중국의 미혼여성. 중국에서는 미혼여성의 낙태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
10대를 포함한 미혼여성의 낙태수술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와 베이징의 일부지역에서는 기혼여성보다 미혼 여성이 오히려 다수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떠돌이 여성노동자, 도시의 전문직 여성, 여대생, 창녀 등 낙태 시술소를 찾는 많은 미혼 여성 중 적지 않은 여성은 수차례의 낙태경험자다.
“처음에는 대도시에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점차 작은 도시로, 그리고 이제는 새로 개발되고 있는 농촌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인민대학의 가족계획정책 전문가 구 바오창의 지적이다. “점차 많은 미혼 여성들이 낙태를 한다. 이는 뚜렷한 흐름이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신세대를 이루는 중국의 미혼여성들은 사회적 변환기를 거쳤다. 종전의 가치관, 인습, 전통문화와는 다른 신 물질주의 가치관의 사회에서 성장해온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그러나 오직 기혼여성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가족계획에 따른 전반적 성교육을 시켜왔다. 가치관의 변천기를 겪고 자라온 이 신세대에게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이 신세대 여성들은 성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가 됐다. 낙태수술을 피임의 한 방법으로 알고 있는 미혼 여성이 많다는 게 바로 그 증거. 동시에 이 세대에게 혼전 섹스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니,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가 혼외임신급증이고, 또 낙태수술 급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수치가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 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발표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 중 혼전 섹스를 경험한 사람은 69%에 이른다. 그리고 7개의 도시에서 실시된 또 다른 조사들에 따르면 도시마다 편차가 있지만 20%에서 55%의 미혼 여성들이 최소한 한번 이상 낙태수술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왜 낙태수술률이 이처럼 높은가. 미혼여성이 아이를 낳는다. 이는 중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큰 수치다. 중국 사회에서는 미혼모란 존재는 있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아이가 생기면 바로 수술을 하는 것이다.
장래를 약속한 사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상 아직 결혼을 할 수 없다. 이런 커플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역시 낙태수술이다. 결혼한 부부도 두 번째 아이가 생기면 벌금을 문다. 심한 경우는 강제로 낙태수술을 받게 된다. 미혼의 커플로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때문에 보통 큰 모험이 아니다. 골치를 면하는 길은 다른 게 아니다. 자발적인 낙태수술이다.
미혼여성의 이 같은 낙태수술 급증은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그 하나가 건강문제다.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 인근의 10개 병원에서 낙태수술을 받은 8000여명의 미혼여성 중 6개월 내에 또 한 차례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은 3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무분별한 잦은 수술은 건강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미혼여성들은 낙태수술에 있어 기혼여성과 달리 비밀을 요구하는 경향이다. 아무래도 떳떳치 않기 때문이다. 이 ‘쉬쉬’주의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돈만 노린 돌팔이 낙태 시술소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매체들은 이 낙태 시술소 광고로 넘치고 있다. ‘무통 낙태’에서 ‘신세대 낙태’ 등 센세이셔널한 문안에서 심지어 터무니없는 사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낙태광고가 난무하고 있어 당국이 단속에 나설 지경에 이르렀다.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
태아가 여자면 마구 수술
<한 낙태 시술소의 내부 시설 모습. 중국의 매체에는 온갖 낙태시술소의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국 내의 낙태문제는 중국 밖에서는 정치적 논란이 돼왔다. 1979년 한 가정 당 한 아이 낳기 가족계획 정책이 강력히 도입 된 이후의 현상이다. 이 정책은 곧바로 상당한 영향을 가져왔다. 1980년대 초 중국의 낙태율이 급속히 치솟은 것이다.
한 때 느슨해지는 것 같더니 90년대 들어 중국 당국이 또 다시 이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졌다. 국제적 압력에 중국 측은 다소 완화된 정책을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기혼여성들은 여전히 낙태수술을 받고 있다. 자의든, 강제적이든. 이유는 두 번째 아이를 가지면 과다한 벌금을 부과받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여성들이 선택적인 낙태수술을 받는다. 태아가 여자아이면 수술을 한다. 남자아이면 낳고.
남아선호사상의 발로로, 이는 벌써부터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왔다. 남자와 여자의 성비가 엄청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성에 따른 낙태를 중국정부당국은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낙태를 둘러싼 인권침해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보고다.
어찌됐든 전반적으로 기혼여성의 낙태율은 줄고 있다. 반면 미혼여성의 낙태율은 급증세에 있다. 게다가 미혼 여성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당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낙태건수는 1990년 1,400만으로 집계돼 피크를 이루었다가 2005년에는 710만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낙태건수는 2002년 기준으로 129만 건으로 집계됐다.)
중국 보고당국이 제시한 이 수치를 그러나 전문가들은 믿지 않는다. 적어도 해마다 1,300만 건 이상의 낙태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말하자면 1,300만의 생명이 매년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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