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 위트리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명문대 입시 지형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아이비리그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벌어지던 극한의 입시 경쟁이 이제는 그 바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밴더빌트, 듀크, 보든, 윌리엄스. 이들 대학의 이름은 이미 미국 교육계에서 낯설지 않지만 최근 발표된 2026년 가을학기 입시 결과는 이들이 단순한 ‘명문’을 넘어 아이비리그와 동일한 경쟁 구간으로 진입했음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끈 수치는 밴더빌트 대학에서 나왔다. 밴더빌트는 이번 정시지원(RD)에서 4만 8720명의 지원자 가운데 단 1382명만을 합격시켰다. 합격률 2.8%. 숫자만 놓고 보면 하버드나 MIT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얼리 디시전(ED)에서도 약 920명이 합격해 합격률은 11.9%였고, 이를 모두 합산한 전체 합격률은 약 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역사적 맥락 때문이다. 불과 20년 전 밴더빌트의 합격률은 약 32.8%였다. 10명 중 3명 이상이 합격하던 학교가 이제는 100명 중 4명만 뽑는 학교가 됐다. 한 세대 만에 입시 풍경이 이토록 극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듀크 대학도 비슷한 흐름을 걷고 있다. 이번 입시에서 듀크는 총 6만 1935명의 지원자를 받아 2,930명을 선발했다. 전체 합격률은 4.7%, RD로만 좁히면 3.7%다.
이제 듀크는 ‘아이비에 준하는 대학’이 아니라 ‘아이비리그 내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경쟁 구도를 갖춘 대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변화는 대형 연구중심 종합대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규모 리버럴 아츠 칼리지(LAC)들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보든 칼리지는 이번 학년도 1만 4727명의 지원자 중 962명을 합격시켜 합격률 6.5%를 기록했다. 학교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다. 윌리엄스 칼리지 역시 올 가을학기 입시에서 7.4%의 합격률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원인은 지원자 수의 폭발적 증가다. 공통지원서(Common Application) 시스템의 확산은 학생 한 명이 손쉽게 10개, 20개 대학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원서를 한 장 한 장 직접 작성하고 우편으로 보내야 했지만,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복수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 비용과 노력이 줄어들자 지원 건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여기에 테스트 옵셔널(Test-optional)의 확산이 더해졌다. SAT나 ACT 점수 없이도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에는 점수 기준으로 자기검열을 하던 지원자들까지 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혹시 모른다’는 심리가 지원서 숫자를 더 끌어올렸다.
이런 변화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과거의 입시 지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듀크나 밴더빌트는 아이비리그 도전 학생들의 ‘안전 지원(safety school)’ 목록에 올라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합격률 4~5%대 대학에 ‘혹시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지원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입시에서는 지원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느 전형(조기 또는 정시)에 지원하느냐, 어떤 순서로 얼마나 많은 학교에 지원하느냐, 에세이와 과외활동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성적 못지않게 결과를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조기전형 합격률이 정시보다 2~3배 높은 경우도 많아 지원 시기 선택 하나만으로도 합격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의: (855)466-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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